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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판 인태전략 공개...방점은 '포용'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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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비전과 원칙에 부합하는 모든 국가와의 협력에 문을 여는 ‘포용’,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신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민주화, 기술·문화 성과를 파트너국과 공유하고 상호이익을 공유하는 ‘호혜’.

윤석열 정부가 이같은 3대 협력 원칙 아래 역대 정부 최초로 독자적인 지역외교 전략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그간 윤 대통령 취임사, 8.15경축사,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태지역에 투영해 동반 번영의 비전을 제시한 독자적인 ‘외교좌표’가 공개된 것이다.

박진 외교장관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이날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인태전략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면서 “한때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 출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여국이 된 우리 나라는 역내 다른 국가들의 국가발전, 경제 성장을 향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장관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이날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인태전략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면서 “한때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 출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여국이 된 우리 나라는 역내 다른 국가들의 국가발전, 경제 성장을 향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국의 인태전략이나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이 특정국을 배제하고 역내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차원인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가 중국을 염두에 둔 ‘포용’ 원칙을 명시한 점에서 볼 때 동맹 미국과의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비전공유에서 차별화된 외교적 지향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역설해온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위상을 다지면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균형추를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대통령실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유·평화·번영이라는 3대 비전 아래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을 제시한 인태전략 최종본을 공개하면서 “우리 인태전략은 지정학, 지경학적 중요성이 커지는 인태 지역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국익을 실행하고자 하는 포괄적 지역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인태 지역을 어떻게 보며, 우리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방향성으로 협력할지를 상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전략은 지난 4월 서울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초안 마련을 시작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3대 비전과 3대 협력 원칙을 제시하면서 큰 얼개가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 지역전략으로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걸맞게 외교 공간을 확장하고 역내 역할과 기여를 확대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특정 지역과의 경제협력에 한정된 과거 정부의 지역 구상들과 달리,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인태지역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역내외 국가들과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지향점을 강조했다.

인태전략의 협력 대상 국가로는 미국과 일본, 중국, 캐나다, 몽골 등 북태평양 국가와 동남아, 아세안,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이 망라됐고, 정부는 지역별로 맞춤형, 전략적 협력 관계를 모색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9대 중점 추진 과제도 제시했는데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실시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 등이다.

단기간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달성한 한국 고유의 성공 경험과 자산을 협력 대상국들과 공유함으로써 역내 번영에 기여해 나간다는 밑그림 아래 특히 디지털, 보건, 기후‧환경 분야에서 맞춤형 개발협력을 통해 인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기여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류 문화와 교육인프라와 같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협력의 촉진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국제사회가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분야 산업을 비롯해 K팝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적 역량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그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여로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우리나라 대외전략의 핵심요소로 채택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인태전력과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비전으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를 바탕으로 압제와 강요가 아닌 규칙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지역 질서를 능동적으로 촉진하고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이 비전을 풀어나가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 입장도 포함됐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태전략’을 처음 소개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는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위협수위를 높이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던 것처럼 가치안보 관점에서 원론적으로 미국과 대중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을 기존 규범에 대한 도전 세력이자 현상 변경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태전략의 9대 중점 추진 과제 [자료=대통령실 제공]
아태전략의 9대 중점 추진 과제 [자료=대통령실 제공]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선적인 것은 아니다. 인태전략의 큰 틀에서 ‘포용’이 협력원칙의 핵심 키워드로 강조되면서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됐던 ‘중국 배제’와는 선을 그었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인태 비전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따라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우리 이웃인 중국과 협력을 거부한다는 건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며 "윤석열 정부 인태전략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포용이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견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재개 등 동북아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거론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갖고 있는 한국의 최대교역국이기에 ‘대중 견제’에 방점을 찍은 미국의 인태전략과는 다른 결에서 실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포용론으로 외교적 유연성이 확장돼야 한다는 스탠스를 굳힌 것으로 읽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한 주한 외교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태전략 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지역 및 글로벌 사안에 대한 능동적인 한국 외교의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독트린이라 부를 수 있다.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정부는 인태 전략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요국들과 의사소통을 거쳤고 중국과도 소통했다고 외교 당국자가 전했다. ”(성장한) 우리 체구에 맞는 외교를 한다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이 당국자의 의미부여처럼 역내에서 협력의 지평을 넓힐 구심점으로 리더십 위상을 높여나갈 새로운 스타트라인에 선 한국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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