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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같은 동결'과 물가경로 사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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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인상 같은 동결’

전대미문의 7회 연속 가동됐던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멈췄지만 긴축 기조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1명의 인상 소수의견에 더해 5명이 기준금리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지지하면서다.

한 달 전 ‘동결 같은 인상’과 사뭇 결이 달라졌다. 지난달 2명이 동결로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역대급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감하는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가늠한 위원이 3명이었던 점과 견줘보면 그렇다. 1월 긴축 속도조절론에 이은 2월 금리 동결 결정으로 일단 통화긴축에는 ‘마침표’보다는 ‘쉼표’에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금통위는 23일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숨가쁘게 이어오던 한은 사상 최초의 7연속 금리인상 행진이 일단 마감됐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의 동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가들보다 이른 2021년 8월(0.5%→0.75%)부터 ‘통화정책 정상화’로 출발한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새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악화하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기조에 맞춰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카드를 두 차례나 꺼내드는 등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3%포인트(p)를 끌어올린 인상 기조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하지 않느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동결 결정을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로 해석해서는 안되고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내놓은 비유다. 종전에는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시간을 두고 추가적으로 인상 여부를 검토해 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통상적인 접근으로 돌아간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동결 의사봉을 두드린 것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이 총재는 ‘물가 패스(경로)’란 단어를 10번 넘게 사용했다. 동결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물가 궤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8개월 전 ‘우려’를 제기했던 ‘경기둔화’를 이달 들어 공식 인정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상승률이 5%대로 높은 수준인 소비자물가와 각종 물가지표가 예상 경로대로 개선될 것인지를 살펴 긴축 마무리를 가늠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동결 배경에서 가장 컸던 것은 물가 경로에 대한 견해 차“라며 ”경기도 고려하지만, 한은이 생각하는 물가 경로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더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보다 지금 수준에서 물가 경로가 그대로 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현 수준으로)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불안 때문에 물가를 희생하면서라도 (동결)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도 않고, 한은의 의도와도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하지만 한은이 바라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 경로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다.

통방문에 반영된 물가 경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되겠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총재는 ”3월부턴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지고 그 추세가 계속돼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한다"며 “이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석 달 만에 0.1%p씩 낮췄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예상치인 3.6%에서 3.5%로 내렸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정부 예상치와 같은 1.6%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함께 낮춘 것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드라이브가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인상 같은 동결’ 결정에 대해 정책적인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사실상 긴축 마무리에 들어가는 국면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가 반도체 주도 경기둔화와 부동산 위축에 대해서는 경기 둔화는 인정하되 물가 하락 경로에 가세할 정도는 아니라며 보조적 요인으로 평가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당장 핵심은 한은이 예측한 물가 경로를 지킬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며 “올해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각각 소폭 하향했음에도 물가 상방 위험을 감안한 정책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반면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가 국내 물가 상승 대비 기준금리 인상 폭이 선진국 평균 대비 높다며 물가 억제를 위한 인상이 이미 충분히 진행됐음을 언급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발언을 한 이유는 동결과 성장률 전망치가 인상 기조의 종결로 연결돼 금리 인하 기대로 번지면서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부인했으나 기준금리 인상 경로는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은행이 앞서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준수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결정 자체가 사실상 긴축 사이클 마무리를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물론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열린 결말'의 형태로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배제하진 않았지만 이는 추세적인 대응이 아닌 미세 조정 성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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