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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연준 '긴축 재가속론'과 깊어지는 한국은행의 고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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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다시 긴축 혼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내면서다. 

지난달만 해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초기’로 평가하며 긴축 속도를 조절했던 그가 한 달 만에 예상보다 강력한 경제지표를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40년 만의 최악의 물가 급등에 대응한 금리 인상 사이클의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도 더 높아질 가능성도 짚음에 따라 ‘파월 쇼크’는 국제 금융시장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긴축 재가속' 발언에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대 하락 마감했고, 아시아에선 증시·통화 약세를 불러왔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25% 하락한 2431.91로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2.0원 오른 1321.4원에 마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반기 통화정책보고서 제출을 위해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는데, 이는 최종적인 기준금리 수준이 종전(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물가 안정 복원을 위해서는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율 둔화세를 확인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더 높게 더 길게(higher for longer)’ 기조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은커녕 초긴축 회귀 충격으로 받아들인 시장의 눈높이도 그만큼 달라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 이후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3월 빅스텝 확률이 전날 31.4%에서 73.5%로 높아졌다. 지난달 속도조절책으로 나온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되밟을 전망은 68.6%에서 26.5%로 하락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이날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지난해 3월부터 ‘제로금리’ 시대를 접으면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고강도 긴축 사이클을 통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4.5~4.75%)으로 올라선 현 기준금리의 터미널 레이트 전망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인 점도표 상의 최종금리는 5.00∼5.25%(중간값 5.1%)였다.

현재로선 이달 빅스텝에 이어 오는 5, 6월 연속 베이비스텝을 밟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페드워치 전망으로는 6월 금리 상단이 현재보다 1%포인트 인상된 5.75%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55.7%로 전날(28.9%)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5.0%를 상단으로 보는 전망은 55.7%에서 반토막 수준(21.8%)으로 떨어졌다.

한미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금리 상단을 6%로 내다보는 의견도 2.8%에서 21.0%로 10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고강도 긴축론이 부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6%로 끌어올리고 나서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거의 2%로 낮추기 위해 장기간 유지해야 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지난달 한은이 일단 예상 물가경로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 중간점검과 숨고르기 차원에서 7연속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고 3.5%에서 동결했지만 연준이 다시 가속페달을 세게 밟는다면 상황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통화긴축에 돌입한 한국은행은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역시 주요국 가운데 지난달 가장 먼저 금리 동결을 단행했지만 역대 최대로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현재 1.25%포인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달 연준이 빅스텝만 밟아도 한미 기준금리 최대 역전 폭 기록(2000년 5~10월·1.50%포인트)를 경신하게 되며, 오는 4,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대응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양국 금리차는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외국계 자본의 이탈 속도는 빨리지고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경기 회복이 절박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지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아니다”라며 연준보다 먼저 긴축을 끝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연준 변수로 인해 복잡해진 금리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말 긴축 속도조절을 시사한 이후로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라며 통화정책에서 국내 요인을 더 고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물가 경로를 주시해온 터라 한미 금리 역전 상황에 어떤 대응을 보일지 시선이 쏠린다.

다만 변수는 있다. 파월 의장이 “3월 FOMC 전 중대하게 분석해야 할 2~3개의 지표가 있다”고 밝힌 만큼 잇따라 발표될 고용(10일), 소비자물가(14일) 소매판매(소비, 15일) 등 3가지 핵심 지표 결과에 따라 긴축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연준이 빅스텝으로 회귀할 경우 갈짓자 통화정책으로 2021년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시작된 신뢰감 실추가 트라우마를 키울 수 있어 긴축 재가속에 대한 신중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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