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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은행 가계대출 내리막...디레버리징 '과속'만 아니라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4.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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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가계가 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지난달 7000억원 줄어들면서 올 1분기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연간 기준 2조6000억원 줄어들어 18년 만의 첫 감소로 현실화했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더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계의 부채 축소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9년 만에 뒷걸음질했던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감소 폭이 둔화하는 가운데 주담대가 반등하고 대출금리 안정화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경기 둔화기의 디레버리징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7000억원 줄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10일 서울의 한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7000억원 줄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10일 서울의 한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000억원 줄어든 104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줄어든 뒤 12월에만 증가(3000억원)했을 뿐 올해 들어 내리막을 타고 있다. 1분기만의 증감 수준을 보면 2021년 20조8000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 감소에 이어 올해 8조1000억원 감소로 그 내림 폭이 확대됐다. 올 1분기 감소 규모는 지난해 연간 감소 폭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만 올해 감소 폭은 1월(-4조7000억원), 2월(-2조8000억원)에 이어 3월 1조원 밑으로 떨어져 둔화 흐름을 보였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잔액 800조8000억원)가 전월보다 2조3000억원 증가한 영향이 3월 내림 폭을 제한했다. 2월 3000억원 감소에서 한 달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인데, 일부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주담대는 전세자금 수요 감소가 지속됐지만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 특례보금자리론(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 실행 등의 영향으로 증가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1월(-1조8000억원)에 이어 2월(-2조5000억원)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던 전세자금대출은 지난달(-2조3000억원) 내림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주담대 감소를 주도한 셈이다.

다만 신용대출, 상업용부동산 대출 등을 아우르는 기타대출 감소 폭은 지난달 –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1월(-4조6000억원), 2월(-2조4000억원) 등으로 1분기 동안 10조원이 줄었다. 높은 대출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강화된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차주들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과 비은행권을 망라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2금융권의 감소(-4조4000억원 )로 지난달 5조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타대출이 6조원 줄어 전월(-4조7000억원)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금융권 주담대는 1조원 늘어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는데, 2금융권에서 1조3000억원 줄었지만 은행권에서 2조원 넘게 증가한 영향이다.

1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은 18조4000억원 줄어 지난해 연간 감소 규모(-8조8000억원)보다 10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 경색을 불러온 가운데 가계의 디레버리징 흐름은 올 1분기에도 이처럼 지속되고 있지만, 부채 축소의 연착륙에는 변수가 상존한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경기 둔화 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경기까지 동반 희생을 부르는 ‘과속’ 디레버리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출금리 인하가 가계의 부담을 낮춰 빚 갚기 속도를 완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넉 달째 하락곡선을 그리며 지난 연 5.1%까지 낮아졌는데,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지난 7일 기준 연 3.69~5.91%로 하단이 1년 만에 3%대까지 떨어졌다. 변동금리 대출의 지표금리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4.34%으로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뒤 지난달 3.53%까지 내려왔으며, 이 추세로 볼 때 다음주 나오는 코픽스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오던 대출금리가 2분기에는 낮아져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은행부문 감독·검사 현안 브리핑을 통해 "신규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며, 잔액기준 금리 상승세도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신규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잔액기준에 반영되는 데 일정 기간 소요되는 점(만기연장, 금리 재조정 주기) 등을 감안할 때 잔액기준 금리도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2분기 중 하향 안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전망대로라면 신규대출 차주는 최근 정부의 인하 압박과 은행권의 노력으로 계속 떨어지는 대출금리 효과로, 기존대출 차주는 상반기 중에는 재조정되는 이자를 체감하게 되면 불황 속의 빚 부담을 덜 가능성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장기적으로 디레버리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단기간 내 급격히 디레버리징하려면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밝힌 만큼 부채 축소의 과속을 완화하는 데는 금리인하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에 기대 다른 부채를 새로 끌어오거나 이미 진행하던 대출 상환도 다시 미룰 경우 지연된 빚 축소는 가계는 물론 나라 전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1분기 끝자락에 둔화된 가계부채 감소세와 주담대 반등세가 2분기에도 지속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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