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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비율 반년째 오름세, 커지는 가계부채 리스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5.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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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의 착시 효과로 내림세를 보이던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이 2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실이 발생하고 중소기업과 신용대출 대출에서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금리의 후폭풍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실에 대비해 쌓은 은행권 대손충당금적립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추가 적립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최근 연체율 상승추세와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 경기 불황에 따른 추가 대출 수요 등으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부실채권 문제는 지속해서 리스크 모니터링과 충당금 적립 이슈와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2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2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30일 국내은행 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NPL·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인 부실채권비율이 올 1분기 말 기준 0.41%로 직전 4분기 말보다 0.01%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실채권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지원된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으로 2020년 2분기 0.78%에서 0.71%로 떨어진 이후 9분기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0.38%에서 0.40%로 상승 전환, 해를 넘겨서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실채권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3000억원 증가했는데, 기업여신(8조2000억원), 가계여신(2조원), 신용카드채권(2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부문별 부실채권비율을 보면 기업여신 부문이 0.50%로 0.02%p 떨어졌다. 대기업여신(0.38%)은 0.11%p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여신(0.57%)은 0.04%p 상승했다. 가계여신 부문은 0.23%으로 0.05%p 늘어난 가운데 주택 담보대출(0.14%)은 0.02%p 상승했으며, 기타 신용대출(0.45%)은 0.11%p 늘었다. 기업·가계여신 외 신용카드 부문은 1.20%로 상대적으로 큰 폭(0.29%p) 상승했다.

1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3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줄었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1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한 반면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1조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중 정리된 부실채권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와 견줘 1000억원 증가했는데, 상·매각(1조3000억원), 여신 정상화(9000억원), 담보처분을 통한 여신회수(4000억원) 순이었다.

금감원은 “3월 말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말 대비 소폭 높아졌으나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도 1분기 중 충당금 적립이 확대되며 3월 말 기준 229.9%을 기록, 지난해 말(227.2%)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총대손충당금잔액을 NPL로 나눈 비율인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분기 기준으로 고금리가 밀어닥치기 전인 2020년 말(165.9%)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112.1%)과 견줘서는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금감원은 “다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및 고금리 우려 등을 감안해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하는 한편 예상손실모형 점검·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내다보는 올해 경기 회복 전망경로는 ’상저하고(하반기 반등)‘이지만 부실채권에 따른 부담은 하반기로 갈수록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를 불러온 통화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올해 들어 커지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도 하향 안정화되고, 부동산·주식 등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다시 커지면서 가계의 신규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둔화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다급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돌려막기식으로 빚을 끌어대는 불황형 대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연체율까지 상승하면서 부실채권 증가 우려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3%로 지난해 말 대비 0.08%p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의 부실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특성으로 볼 때 변동금리 비중이 큰 만큼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은 고금리에 따른 체감 상환 부담은 2분기나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비교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가계 빚 상태는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전날 공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단일통계의 유로지역 포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05.5%에서 102.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빚이 경제규모를 웃돈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것은 미국(74.0%)·일본(65.2%)·중국(63.6%)·유로지역(55.8%)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80% 이하인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한 수준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6.8%로 급격하게 증가해온 만큼 부실 위험성은 큰 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8일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중 올해 말 NPL 규모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부실채권 신규 발생과 정리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은행 부실채권 신규 발생과 정리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워낙 높은 데다, 14%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대출원리금상환액/소득)도 주요국(5~8%)과 견줘 높은 수준이어서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능력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짚으면서 거시변수들의 계량모델을 추정해 가계대출 부실 수준을 예측했다. 이 추산으로는 가계대출 NPL 비율은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액 기준으로는 은행권 고정이하 가계여신이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3조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 자기자본이 279조원이고,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상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산업 전체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이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급락하던 NPL 비율이 다시 급등으로 전환하는 것인 만큼 은행권은 NPL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가계대출 부실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 1052조원3000억원)이 전월 대비 2조3000억원 늘어 4개월 만에 반등한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잠재 리스크가 커지자 금감원은 지난 25일 금융업권·민간 전문가와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를 열고 리스크를 분석했다. 

금감원은 ”현재의 연체율 수준은 대체로 팬데믹 발생 직전 또는 2014∼201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등 시기에 비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금융권이 연체채권 매각·상각, 여신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및 자기자본 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하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현행 3.5%) 결정을 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뒤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을) 8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은 중장기 과제"라고 강조했지만, 은행권으로선 당장 올해 건전성 차원에서 손실흡수·위기대응 수준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9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기를 거듭해온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기에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문제에 대응강도를 높이려면 순이익 감소와 맞바꾼 대손충당금 추가 확대는 불가피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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