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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감성 품은 카툰 렌더링이 게임 업계 리드하는 이유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7.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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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최근 뛰어난 게임성에 만화적 감성을 더한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들은 웹툰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아 원작 팬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게임 마니아들도 사로잡고 있다. 과연 카툰 렌더링 게임에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 실사 텍스처 vs 카툰 렌더링

카툰 렌더링은 3D로 모델링한 오브젝트(캐릭터, 에셋, 배경 등)에 뚜렷한 외곽선과 단순화한 음영을 적용함으로써 손으로 그린 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음영은 흰색, 회색, 검은색으로 표현하며 음영 단계가 많아질수록 회색 단계가 많아지게 되는데 카툰 렌더링은 이 회색 범위를 줄이거나 과감히 생략한다. 텍스처만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젝트의 면과 실루엣, 광선 등의 표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른 말로 툰 셰이딩(Toon Shading), 셀 셰이딩(Cel Shading)이라고도 부른다.

이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 에픽게임즈가 제작한 실시간 3D 제작도구인 ‘언리얼 엔진’이다. 언리얼 엔진에는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를 제작하고 애니메이팅까지 할 수 있는 메타휴먼 프리셋이 있다. 에픽게임즈는 ‘더 게임 어워드 2021’에서 언리얼엔진과 메타휴먼 플러그인을 활용해 영화 매트릭스 1편의 장면을 재구성한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테크니컬 데모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 속 건물이나 차, 사람은 모두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이지만 실사에 가까워 가짜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3D 렌더링은 넷마블이 2021년 출시한 모바일 RPG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협업한 판타지 RPG ‘니노쿠니’ 시리즈를 집대성한 것으로 카툰 렌더링에 지브리 감성이 더해져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음영의 단계가 적으며 윤곽선을 뚜렷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매트릭스 자동차 및 네오(키아누 리브스). [사진 출처=언리얼 엔진 유튜브]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매트릭스 자동차 및 네오(키아누 리브스). [사진 출처=언리얼 엔진 유튜브]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디자인은 음영이 단순해 애니메이션 느낌이 많이 난다 [사진 출처=넷마블]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디자인은 음영이 단순해 애니메이션 느낌이 많이 난다. [사진 출처=넷마블]

실사에 가까운 텍스처를 입힌 캐릭터와 카툰 렌더링을 적용한 것을 쉽게 비교하기 위해 3D 모델링 툴인 블렌더에서 수잔(원숭이 모형)을 활용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실사 캐릭터이고 오른쪽은 카툰 렌더링 캐릭터다. 실사 캐릭터는 명암의 경계 사이에 다양한 회색이 존재하기 때문에 밝은 영역에서 점점 어두운 영역으로 진입하는 동안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Gradation)이 보이는 반면, 카툰 렌더링은 밝은 영역에서 바로 어두운 영역으로 넘어간다. 또 외곽선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실사 캐릭터는 아웃라인이 안 보이지만 카툰 렌더링 캐릭터는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두 캐릭터는 같은 모양을 갖고 있으면서도 왼쪽은 좀 더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오른쪽은 캐주얼하면서도 감성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왼쪽부터 실사에 가까운 텍스처를 입힌 캐릭터와 카툰 렌더링을 입힌 캐릭터. [사진=김경한 기자]
왼쪽부터 실사에 가까운 텍스처를 입힌 캐릭터와 카툰 렌더링을 입힌 캐릭터. [사진=김경한 기자]

■ 카툰 렌더링의 시작과 대중화

카툰 렌더링을 처음 도입한 게임은 2000년 6월 29일 출시된 세가의 스트리트 액션 게임인 ‘쳇 셋 라디오’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도심을 돌아다니다 지정된 장소를 찾아 벽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게임이다. 아래 그림처럼 게임 내에서 굵은 외곽선과 단순화한 명암 처리가 돋보여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기에 당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세가 ‘쳇 셋 라디오’ 캡처 이미지. [사진 출처=세가 유튜브]
세가 ‘쳇 셋 라디오’ 캡처 이미지. [사진 출처=세가 유튜브]

국내에서는 2003년 2월 7일 출시된 PC용 RPG ‘천랑열전’이 최초로 카툰 렌더링을 적용했으나 ‘버그열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카툰 렌더링 게임으로는 같은 해 7월 16일 출시된 ‘씰 온라인’이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게임은 카툰 렌더링 특유의 생기발랄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캐릭터 덕분에 여성 유저가 많이 플레이했던 게임으로 유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카툰 렌더링 대중화를 이끈 게임은 2017년에 출시된 닌텐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다. 이 게임은 카툰 렌더링과 사실적인 3D 그래픽을 혼합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인물이나 몬스터, 아이템 등을 카툰 렌더링으로 처리함으로써 3D 그래픽 배경과 확실히 구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토루 타키자와 닌텐도 아트 디렉터는 ‘GDC 2017’에서 이 게임에 카툰 렌더링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게임 시스템은 ‘거짓말하기 쉬운 예술 스타일’을 찾아야만 했다. 이것은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스타일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는 2013년 카툰 풍의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을 만들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임 제작 당시 닌텐도 측은 가시성과 액션 연출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플레이 경험을 보장하면서도 독특한 현실감을 구축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위 ‘거짓말하기 쉬운 예술 스타일’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닌텐도는 2017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제작할 때 카툰 렌더링을 적용함으로써 기술의 탁월함을 전 세계 유저들에게 알렸다.

닌텐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캡처 이미지.[사진 출처=한국 닌텐도 공식 채널 유튜브]
닌텐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캡처 이미지.[사진 출처=한국 닌텐도 공식 채널 유튜브]

■ 웹툰 원작과 함께하는 카툰 렌더링 게임

최근에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카툰 렌더링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은 2021년 1조 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 대비 48.6% 증가한 수치로 최근에는 만화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4~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K-스토리&코믹스 인 유럽’에서 300여건 수출 상담을 통해 527만달러(68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웹툰 인기가 높다 보니 웹툰 IP를 구매한 후 카툰 렌더링을 적용한 게임으로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게임 제작사가 ‘여신강림’, ‘유미의 세미들’, ‘마음의 소리’, ‘지금 우리학교는’, ‘무빙’ 등 다수의 웹툰 기반 게임들이 출시됐거나 출사 대기 중이다. 카툰 렌더링 게임은 웹툰을 즐겨본 골수팬을 끌어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스토리 전개 시 유저에게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오는 26일 출시 예정이다.[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오는 26일 출시 예정이다.[사진=넷마블 제공]

특히 넷마블이 이런 시도를 많이 한다. 60억회 누적 조회수를 달성한 네이버웹툰 ‘신의 탑’을 재해석한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카툰 렌더링 풍으로 제작해 오는 26일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143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 카카오웹툰 ‘나혼자만 레벨업’도 게임화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카툰 렌더링 기법은 2D처럼 표현해 만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그래픽 기술”이라며 “차가운 3D 그래픽에 비해 부드럽고 익숙한 느낌을 제공해 거부감을 낮추는 한편 만화 보는 것만 같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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