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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퍼스트 무버’ 전략은 인도 시장에서 성공할까?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8.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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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스위스 대기질 기술전문 회사인 IQAir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가장 대기질이 나쁜 국가 8위를 기록했다. 예상외로 순위가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개별 도시별로 따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IQAir가 조사한 대기질이 나쁜 도시에는 비와디(3위), 델리(4위)와 다방가(6위), 아소퍼(7위), 뉴델리(9위), 파트나(10위) 등 6개가 인도 도시였으며 20위권까지 확대하면 14개 도시로 더 늘어났다. 대기질이 안 좋으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배출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인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 이상 줄이기로 했기에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전기차 친환경 정책을 펼치며 글로벌 전기차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 타밀라두 첸나이 지역에 단독법인인 HMI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현지 투자를 확대해 왔다. 일각에선 올해 전세계 인구수 1위 국가가 된 인도의 다급한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을 추진해 온 현대차에 인도는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목록 [사진 출처=IQAir]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목록 [사진 출처=IQAir]

지난 4월 말 유엔 경제사회처에 따르면 올해 인도 인구수는 14억2862만명으로 중국(14억2567만명)을 추월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도 인구수가 2050년까지 16억6800만명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곳의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인도의 지난해 자동차 신차 판매수는 476만대로 2021년까지 3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인도 승용차 시장은 380만대 규모였으며 2030년에는 500만대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5년 전보다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신차 판매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18.5%나 증가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SUV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승용차 수요 500만대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이르고 전기차는 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전기차 판매 규모는 약 4만8000대로 승용차 시장 내 비중이 1.2%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커졌으며 올해는 상반기까지 판매량이 4만6650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인도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다. 인도는 2015년 파리협정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3~35% 감축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같은 해 국가전기차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펼치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자국 내 직접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퍼스트 무버’ 전략을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인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96년 인도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1998년 첸나이 공장을 준공했으며 지난해까지 현대차의 현지 누적 투자액은 40여개 동반진출 협력사를 포함해 65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직·간접 고용효과로 환산하면 25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도 자동차 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 2위 메이커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80만7067대 판매에 이어 올해 7월까지 전년 대비 8.8% 증가한 50만2821대를 판매했으며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8.2% 높은 87만3000대다.

지난 5월에는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 주와 협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2000억 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팩 조립공장 신설, 주요 거점 고속 충전기 100기 설치 등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인도 시장에 대한 현대차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차 첸나이 공장을 둘러보며 인도 최고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인도기술연구소가 인도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선 회장은 다음날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 청사에서 M.K. 스탈린 타밀나두 주 수상을 만나 첸나이 공장에 대한 전동화를 비롯한 현대차의 중장기 사업 계획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인도 직접 투자에 대한 광폭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인도 하리야나 주 구루그람에 위치한 인도법인에서 GM인도법인과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의 이번 인수는 급성장 중인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빠르게 진행될 인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이다. 탈레가온 공장은 기존 연간 약 13만대 수준 완성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가 연내 인도 정부의 승인 등 선결 조건 달성 후 취득 절차가 완료되면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양산 돌입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설비 개선을 통해 탈레가온 공장의 생산능력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탈레가온 공장 인수는 인도 현지에서 자동차 생산능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며 “향후 전기차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인도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HMI를 통해 2019년 6월부터 코나 EV를 생산 및 판매해 왔으며 올해는 아이오닉5를 추가해 올해 3배에 이르는 전기차 현지 생산 및 판매고를 올렸다. 현대차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32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함으로써 2027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39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하이데라바드 인도기술연구소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하이데라바드 인도기술연구소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한 눈에 보는 현대자동차 법인의 인도 진출 현황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한 눈에 보는 현대자동차 법인의 인도 진출 현황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기아도 셀토스, 쏘넷 등 SUV 인기에 기반한 한 프리미엄 이미지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인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인도 전기차 시장이 소형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인도 전기차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등록된 전기차 중 63%가 이륜차, 32%가 삼륜차이고 사륜차는 4%에 불과했다. 현지 자동차 컨설팅업체는 이륜차 비중이 2026년 83%, 2031년 9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먼저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민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인도 인구수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간 만큼 인도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특히 인도는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적고 자동차 산업에서 많은 부분을 외국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BYD, 미국 테슬라, 한국 현대차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에 내연기관차를 많이 판매했고 전기차에 대한 현지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시장 선점 효과에 따라 향후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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