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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영업이익 뒤 파고든 위기, 현대차의 전략과 전망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11.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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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3조821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고부가 차종 제품 믹스 개선과 미국 지역 역대 최대 판매, 유럽 내수 시장 판매호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인한 임금인상, 지속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펼쳐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여기에 더해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더해져 4분기 이후 자동차 시장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현대차가 다가오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달 3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노조가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6주간 지속된 UAW 공동 파업이 마무리됐다. 이번 파업에는 포드, 스텔란티스, GM 등 대형 자동차 3사 노조가 참여했으며 최근 25년 내 가장 길게 진행된 미국 자동차 업계 파업이었다. 미국 자동차 회사 15만명 노조원 중 33%에 이르는 5만명이 지난 15일부터 파업에 동참했으며 이로 인해 자동차 3사는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차, 기아 본사 사옥 [사진 출처=현대차 뉴스룸]
현대차, 기아 본사 사옥 [사진 출처=현대차 뉴스룸]

UAW는 지난달 15일부터 4년간 임금 36%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업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먼저 파업을 멈춘 것은 지난달 25일 포드 노조였다. 포드 노조는 4년 반 동안 최저 시급을 32달러(4만3200원)에서 40달러(5만4000원)로 임금 25%를 인상하며 신규 노동자가 최고 시급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스텔란티스 노조가 일반임금 25% 인상을 포함해 향후 물가 급등 시 이를 반영해 생활비 임금 보전을 하는 조건으로 사측과 잠정 합의했다. 스텔란티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크라이슬러, 지프, 시트로엥 등 미국과 유럽에 14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사다.

지난달 30일에는 GM 노조까지 사측과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자동차 3사의 장기간 파업은 막을 내렸다. GM의 임금 인상안이 정확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포드, 스텔란티스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측된다.

파업 시위를 벌이는 미국 자동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파업 시위를 벌이는 미국 자동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UAW 임금 협상으로 인해 자동차 3사가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특히 패트릭 앤더슨 앤더슨 경제그룹 CEO는 “이번 파업은 노조원들이 큰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국가 전체에 알리는 신호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파업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드는 120억달러(16조원)을 투자해 SK온과 함께 미국 켄터키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2공장 투자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고금리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합의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번 합의로 연간 추가 노동 비용이 글로벌 영업이익의 13%인 15억달러(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미국 몽고메리, 기아차 웨스트포인트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브라이언 카운티에 연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 생산공장 현황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미국 생산공장 현황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관계자들은 UAW 합의에 따른 영향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는 UAW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현재 짓고 있는 HMGMA에도 임금인상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포드 협상안인 25% 수준과 동일한 금액으로 가야할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최근 해왔던 인상 부문으로 가야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류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원자재 비용이 한참 올라갔을 때에 비해 조금 하락하고 있어서 충분히 원가절감 부분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전기차의 수요 둔화 조짐은 업계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이 지난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20~30% 축소한 데 이어 앞으로도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아르네 요스비히 ZDK 회장은 “실제로 내년 환경 보조금 예산이 삭감된다면 독일의 전기차 증가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미 올해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고 프랑스도 올해 말부터 차량 탄소 배출량 기준을 도입하며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개편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1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조건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며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GM은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출시 예정인 3개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몇 개월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렌터카 브랜드 허츠는 테슬라 10만대, GM 17만5000대 전기차 구매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이처럼 폭풍전야로 파고드는 자동차 업계의 현실에서도 현대차 전략은 견고하다. 서강현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에 대한 허들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고 이에 따른 시나리오를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 공장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을 받는 측면에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내년 하반기 양산 일정을 늦출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서강현 부사장의 이러한 자신감은 ICE(내연기관차)와 EV(전기차)를 병행 생산하는 현대차의 특장점에서 나온다. 서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장기 계획이 한 번 수립되면 그대로 진행한다”며 “현대차는 동일 라인에서 ICE와 EV를 병행 생산하는 라인을 많이 갖고 있고 생산 대체를 위한 구매 체계를 갖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수요에 맞춰 (적절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급하게 EV를 줄일 생각은 없고 잠깐의 허들(장애물)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EV가 우상향 곡선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EV 쪽으로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UAW가 최근 파업하면서 현대차, 기아차, 테슬라 등이 이득을 봤다. 미국 메이저 자동차 3사가 차를 생산 안 하니 그걸 메워주며 다른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본 것이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UAW 소속 3사 노조가 공동 파업하면서 현대, 기아차, 한미 배터리 합작 공장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이들 기업도 회원사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판도는 미국의 내년 대선에 달려있다. 김필수 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다”며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전기차 관련 조항을 밀어내고 내연기관차로 다시 회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준공 예정인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모두 생산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보다 피해는 덜 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이 25조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사업 운영을 잘하고 있다”며 “향후 예상되는 변수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현대차에 또 다른 시험대이자 도약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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