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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겹빗장 vs 희토류 무기화...확장하는 미중 무역갈등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2.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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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중국이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를 통해 ‘자원 무기화’ 수위를 끌어올렸다. ‘디리스킹(위험제거)’ 전략으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에 대한 반격 카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저가의 범용 반도체까지 정조준하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와 ‘산업의 쌀’ 반도체의 공급망을 둘러싸고 글로벌 경제 톱2 간의 무역갈등이 영역을 넓히며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해 정조준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해 정조준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2일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 개정판을 통해 희토류의 추출과 분리 기술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희토류 가공기술의 해외 이전을 차단하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온 끝에 1년 만에 원천 봉쇄를 결정한 것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풍력터빈 등의 전자장치와 국방 분야의 미사일 등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17가지 희소 광물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를 차지하지만, 가공·정제의 경우 90%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옥죄는 미국 주도의 디리스킹에 맞서 주요 광물 통제권을 놓고 서방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금수 결정은 자원 무기화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이외의 희토류 생산량은 지난해까지 7년간 4배 증가한 9만톤에 이르렀지만, 중국은 생산량을 20만톤으로 두 배 늘리며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희토류 통제 효과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반도체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허가제로 통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제한에 들어갔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에 빗장을 건 데 이어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중국 배터리·전기차 업체가 미국 보조금 수혜 대상이 되는 것도 차단하자  중국은 광물 제재로 대응에 나선 끝에 서구에서 가장 우려했던 희토류 무기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FT는 "중국이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한 것은 시진핑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컴퓨터 칩 판매를 제한하는 미국 주도의 조치에 대해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새 통제는 글로벌 자원·기술 공급망 통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동맹국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을 더욱 키울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로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로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반격 카드가 나온 날 미국에선 중국산 반도체 제재 범위 확대를 예고하는 발표가 나왔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견제해온 데 그치지 않고 중국산 범용 반도체가 미국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겹빗장'을 거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 저가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정보를 새해 1월부터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분야의 100개 이상 미국 기업을 조사해 범용 반도체를 어떻게 조달하고 활용하는지 파악하겠다는 것인데, 중국이 철강·태양광에 이어 범용 반도체 시장까지 장악하는 사태는 막아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함께 공개된 보고서에는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에 1500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해 "미국과 다른 나라에 불평등한 글로벌 경쟁의 장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담겼다. 지나 러먼도 상무장관은 "지난 몇년 동안 (중국) 기업의 레거시 칩(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잠재적인 징후를 봐왔다“며 이번 조사가 ”우리의 다음 단계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리고 말했다.

당국자의 관측으로는 다음 행보에는 관세나 기타 무역 수단이 포함될 수 있다. 앞서 러먼도 장관도 지난 8월 중국이 저가의 레거시 칩으로 시장을 가득 채울 경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지난 12일 초당적인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범용 반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까지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초당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이번 발표가 중국을 향한 으름장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첫달부터 조사를 시작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겨냥한 결과물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미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라이벌인 도날드 트럼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대중 공세 수위가 약하다'는 공격을 받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8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터·AI 등 3대 분야 대중 투자 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지난 10월엔 저사양 AI 반도체 대중 수출 금지까지 추가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을 점화했던 트럼프 행정부 때 만큼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비교열위’로는 재선 표심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정치공학적인 셈범까지 더해진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확장은 새해 초미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반도체와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간 경제안보 갈등은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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