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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상시화된 시대,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대응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1.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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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퍼머크라이시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세계경제를 집약하면서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합성어다. ‘영구적(permanent)’과 ‘위기(crisis)’을 합쳐 위기의 영속화를 뜻한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코로나19 변이의 반복적인 출현으로 불안이 장기화한 것처럼 글로벌 경제에서도 악재는 단발에 그치지 않고 위기의 재생산을 불러오는 뉴노멀 현상이다.

비대면 수요 폭발로 촉발된 공급망 훼손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더해지면서 지구촌에 초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각국은 초긴축으로 대응하느라 고금리 장기화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중국 장쑤성의 한 무역항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장쑤성의 한 무역항 [사진=AFP/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은 올해 통화긴축 종결론으로 그나마 해소될 기미가 엿보이지만, 공급망 위기는 국제정세의 격랑에 휘말려 자칫 글로벌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팬데믹 초기 서플라이체인의 왜곡은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중심에 자리 잡은 공급망 위기로 재현돼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톱2의 공급망 갈등이 고조돼 미국의 반도체 등 경제안보 빗장걸기와 중국의 희토류 등 자원 무기화가 계속 충돌한다면 세계교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 주도형 경제로 대외여건에 민감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공급망 리스크가 올해 속도를 높여야 하는 수출 중심의 경제 회복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게 문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2024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 등 40여개국의 선거, 보호주의 심화와 더불어 공급망 분리 본격화를 올해 대비해야 할 ‘극한의 불확실성’으로 꼽은 이유다. 

'디리스킹(위험관리)'을 앞세운 미국과 EU(유럽연합)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하면서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요한 도전 요인이 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진영간 갈등과 그에 따른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공급망 리스크는 끝나지 않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이제 본격화되는 만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공급망 위기의 상시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올해 공급망 문제를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22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이슈 및 대응계획'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가장 많은 23.0%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를 택했다.

'미국 고금리 기조 장기화'(18.0%)와 '전쟁 장기화 및 지정학적 갈등 확산'(17.2%)은 비슷하게 답을 얻었고, 이어 '미중 갈등과 탈중국 필요성 증대'(14.8%), '보호무역주의 강화'(8.2%) 순이었다. 대부분 공급망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슈들로 볼 수 있다. 위기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시대의 고민이 기업의 생산과 교역의 활로 수준을 결정짓는 공급망 문제에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 올해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18%에 그친 반면 58.2%는 현 수준의 갈등이 지속되고, 23.8%는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협은 “이는 올해 주요 선거를 앞두고 강 대 강 패권 경쟁이 다시금 본격화되고,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심으로 갈등이 지속될 것을 예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업들은 '신규 거래처 발굴을 통한 공급망을 다변화'(45.9%)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주요 자원개발 투자 확대'(23%), '자체 핵심기술력 및 인력 확보'(20.5%)가 뒤를 이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고금리, 미중 갈등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거래처 발굴, 대체 수출입처 물색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정부도 기업의 해외시장 신수요 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올해 글로벌리스크팀을 신설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이슈 등 다양한 리스크를 상시 분석하고 대응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꼽은 글로벌 이슈 응답 [자료=한국경제인협회 제공]
국내 기업들이 올해 꼽은 글로벌 이슈 응답 [자료=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정부는 '제2의 요소수 사태' 방지 차원을 넘어서 공급망 위기를 상수로 보는 인식 대전환으로 총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내 산업에 영향이 큰 ‘공급망 안정품목’을 선정해 지난해 평균 70% 수준인 중국 등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아래로 낮추는 ‘산업 공급만 3050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오는 6월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이 기본법에 따라 공급망 정책을 심의·조정할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위원회를 신설하고, 한국형 스트라이크 포스(Strike Force)인 '신속대응반' 운영 등으로 범정부 대응체제를 완비한다.

기재부가 지난 4일 내놓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4000여개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기 징후가 있을 때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비축, 국내 생산, 수입선 다변화, 외교 대응 등 신속 대응에 나선다. 200여개의 경제안보 핵심품목에 대해서는 최대 10조원 상당의 기금을 조성해 핵심 소재와 부품의 기술 자립과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상반기 안으로 경제안보 품목 재정비, 공급망 역량 강화, 조기경보 시스템 고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급망 안정화 3개년 기본계획'도 수립해 체계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의 공급망 안정화 프로그램 공급 규모를 지난해 20조원에서 올해 22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금융, 세제, 재정 등 인센티브도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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