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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홍콩 ELS, 반등 가능성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1.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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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브레이크 없이 추락 중이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브레이크를 걸만한 강한 모멘텀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 아우성을 키우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8일부터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됐으며 남은 2296억원은 손실 확정했다. 투자금 대비 손실액인 손실률은 절반이 넘는 52.7%에 달했다. 만기 일자마다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선 지난 17일 56.1% 손실률도 확인되는 등 손실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H지수 ELS 피해자 집회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H지수 ELS 피해자 집회 [사진=연합뉴스]

현재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불투명한 중국 경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게 특징인데, 2021년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이 부진하다는 소식에 홍콩H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연초 만기가 돌아오는 ELS 상품의 가입 당시인 2021년 1~2월 홍콩H지수는 1만~1만2000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5127.24로 절반 가량 떨어지더니, 지난 19일 홍콩H지수는 5127.24로 올해 들어 11.11% 추가 하락했다. 전 세계 주요국 증시에서 올해 들어 하락률이 두 자릿수인 것은 홍콩H지수가 유일하다.

시장에선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 계속되면서 은행권에서 파생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손실을 만회하고자 만기 연장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상품 자체 문제가 아니라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이다 보니 근본적으론 지수가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행보도 홍콩H지수 ELS 만기 전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사후조치에 방점을 찍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기다릴 수 있는 건 지수가 그나마 덜 떨어지는 것”이라며 “은행이나 증권사가 손 쓰기는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사실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았으면 문제 제기도 안 됐을 것”이라며 “지수가 떨어지지 않아서 손실 날 우려도 없었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해외 지수라 일개 기업이나 금융사, 당국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홍콩H지수가 7000을 넘어야 손실 구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2016년 홍콩H지수 ELS가 손실 구간(녹인)에 진입했을 때도 본격적 대규모 손실 발생은 홍콩H지수가 7000선 이하로 내려갈 때 나타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7000은 19일 종가보다 26.7% 올라야 가능한 수치다.

문제는 홍콩H지수 반등이 요원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는 9조2000억원에 달하고, 하반기엔 4조2000억원 가량 ELS 만기가 끝난다. 지금 추세대로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오른다고 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소비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액은 1년 전과 비교해 7.4% 증가하면서 전월 동기 대비 10.1% 보다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중국 본토 경기가 침체되면 홍콩 증시도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홍콩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유출 중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가 전년보다 8.0% 감소한 1조1339억위안(201조8487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단순 중국 소비 침체뿐만 아니라 대만과 양안 관계 우려까지 고조되며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돼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경제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9.6% 하락했고, 분양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도 전년 대비 각각 8.5%, 6.5% 감소했다. 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7~11월 중국 대도시 주택 가격은 월평균 전달 대비 0.3% 하락했으나 12월엔 0.45%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갈등과 첨단 산업 경쟁력 부재, 지방 정부 부채 등이 중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5대은행 홍콩H지수 ELS 손실 규모 [사진=연합뉴스]
5대은행 홍콩H지수 ELS 손실 규모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도 홍콩H지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홍콩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있고, 변동성이 확대된 최근 2개월에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5400이 붕괴돼 명확한 지지선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홍콩H지수의 평가 가치(밸류에이션)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했지만 단기간에 홍콩 주식 시장을 견인할 만한 강한 모멘텀도 부재하다. 지수의 반등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달 SBS Biz ‘재테크 노하우 100분 머니쇼’에 출연해 “2015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 당시 홍콩H지수가 극적으로 반등을 하면서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홍콩H지수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대단히 큰 우려가 있다. 중국 경제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중 경제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이 쉽게 실적 회복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극적인 반등 가능성보다는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5대 은행을 포함한 ELS 판매사 12곳을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지난 19일 금감원 앞에서 투자자 집회를 열고 원금을 복원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타개할 것은 홍콩H지수의 반등인데, 현재로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과 금융사 및 금융당국의 고심을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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