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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에 희비 엇갈린 건설 빅5, 위기 극복 전략은?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4.02.0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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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PF 사태 본격화, 공사비 상승, 미분양 등 건설업계 불황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해외 수주에 집중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외형 확장과 내실 강화에 성공했지만, 주택과 일반건축 사업 비중이 큰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이익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340억원을 기록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건설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늘어났지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건설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늘어났지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매출 32.3%(4조7120억원), 영업이익 18.2%(1590억원) 증가했다. 2022년 수주한 카타르 태양광발전 사업(공사비 8000억원)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산악터널(1조3000억원)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해 영업이익 9931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실적이 41.3% 증가했다. 같은 시기 매출은 10조 6249억원으로 5.7% 증가했다.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매출 반영과 혁신을 통한 원가 개선 등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는 평이다.

현대건설은 작년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9.6%, 36.6% 증가했다.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되고 샤힌 프로젝트 및 국내 주택 부문 실적이 반영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특히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 1·4’ 등 사우디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메가 프로젝트 수주로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80.3% 증가한 12조8684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반대로 국내 주택 중심 사업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는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경우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매출 11조6478억원으로 1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625억원으로 12.8% 줄었다. DL이앤씨도 매출은 7조9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33.4% 감소한 3312억원으로 집계됐다.

GS건설은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비용(5524억원) 반영을 포함해 품질향상 및 안전 점검 활동 등을 포함한 보수적인 원가율 및 공사 기간 반영으로 매출은 13조4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지만, 영업손실 3880억원을 기록했다.

■ 부진 원인은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대형 건설사 부진이 원자재 및 인건비 급증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건설 자재 가격이 3년간 35.6% 상승했고, 건설 공사비 지수도 26.1% 올랐다. 건설에 자주 사용되는 시멘트와 레미콘은 2022년 20%를 상회하는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지난해에도 대부분 5% 이상 생산자물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 종사자 평균 임금도 지난해 6.71% 상승률을 나타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도 주요 원인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2489가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7.9%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에 7만5438가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다시 증가세를 기록하며 미분양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주차된 레미콘 차량.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주차된 레미콘 차량. [사진=연합뉴스]

■ 올해는 보수적 움직임...내실 강화·해외 사업 집중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 전망도 다소 밝지 않은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실적 목표치를 지난해 실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하며 보수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유례없는 부동산 위기에 대비해 집중적인 재무 관리와 함께 내실을 강화하고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에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물산 17조9000억원(전년 대비 6.9% 감소) ▲현대건설 28조9900억원(전년 대비 10.8% 감소) ▲대우건설 11조5000억원(전년 대비 12.9% 감소) ▲DL이앤씨 11조6000억원(전년 대비 22% 감소) 등으로 4개사 평균 13.2%의 실적 하향치를 보였다.

반면 GS건설만이 올해 목표 수주량을 1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 높였다. GS건설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대형 플랜트 등 해외 수주에 드라이브를 걸며 상향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말하며 해외 사업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대형 건설사 올해 실적 목표치 현황. [사진=박대연 기자]
대형 건설사 올해 실적 목표치 현황. [사진=박대연 기자]

■ ‘블루오션’ 사우디 시장...불확실성은 숙제

해외 수주가 지난해 건설사별 실적 희비를 가른 만큼 올해 실적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해외 건설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가장 활발한 시장인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현지화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 정책은 초대형 신도시 건설을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RHQ(중동지역본부) 유치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치정책은 일종의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으로 올해부터 사우디에 지역본부를 두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조달 프로젝트에 참여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규 진출을 노리는 건설사에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네옴시티, 아람코 등 주요 발주의 경우 RHQ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이사회 결정에 따라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에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RHQ 라이센스를 획득한 곳은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LG전자 3곳뿐이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막바지 작업 중이다.

지난해 6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뒷줄 가운데)이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지난해 6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뒷줄 가운데)이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업계에서는 해외 수주 확대를 선언한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업계 블루오션인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시장 침체로 많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건설업계는 내실 강화 및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건설 시장은 활기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재 가장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에 진출할 수 있다면 수주 실적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라며 “불안정한 정세와 요동치는 유가, 점점 더 높아지는 진입장벽을 뚫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려워진 건설 시장 때문에 지난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내실 경영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위태로운 건설업계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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