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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긴축스텝 뒤 '도돌이표 반락'서 읽는 경기침체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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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안도랠리' 하루 만에 또 폭락.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의 큰 걸음을 내딛고 거인의 발걸음까지 옮긴 날엔 시장이 안도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다음 날엔 추락하는 연준발 반락이 도돌이표로 이어졌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연준 결정에서 공격적인 긴축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했지만 다음 날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모두 막는 연준의 역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45일 뒤에도 닮은꼴 등락이 이어졌다. 5월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실행 가능성을 일축했던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을 16일 FOMC 회의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결행했지만 일단 시장은 ’안도랠리‘를 보였다. 비록 고강도 대응이었지만 물가잡기에 대한 연준의 의지를 일단 확인한 데 따른 호응이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3대 지수가 6월 미국 금리 인상 하루 뒤 일제히 하락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3대 지수가 6월 미국 금리 인상 하루 뒤 일제히 하락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하루 뒤 어김없이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를 접으면서 ’베이비 스텝(0.25%인상)‘으로 시작한 금리인상의 폭이 석 달째 에스컬레이터식으로 급격한 확대되면서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진 여파였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전장보다 2.42% 하락해 1년 5개월 만에 3만선이 무너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25%), 나스닥 지수(4.08%)도 동반 폭락했다.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베어마켓)에 S&P 500 지수(-24%), 나스닥 지수(-34%)가 이미 접어든 가운데 다우 지수(-19%)도 진입을 앞두게 됐다.

파월 의장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도 빅 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 이번에도 시장은 일단 안도한 뒤 하루 더 판단해보니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한 경기 ’희생’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해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까지 3%대 안팎으로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에도 후폭풍을 몰고 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화두가 ‘경기 침체’로 전환돼 가는 과정이 진행된 가운데 큰 폭 하락했다”며 “연준이 FOMC를 통해 75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올해 말 정책금리 목표를 3.4%로 상향 조정하는 등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을 시사하자 시장 심리가 소비 둔화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에 주목하며 주식시장 하락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파월 의장이 언급했듯 연준은 (우크라이나전쟁 사태에 따른 공급만 차질같은) 공급측 변화를 조정할 수 없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수요 감소 조치밖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 둔화 우려가 더욱 높아진다”고 짚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개인 소비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위축될 수 있어 경기 둔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금리의 급격한 상승 시기에 경기 침체를 방지한 경우는 1994년 단 한 번밖에 없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금리인상 하루 뒤 미국과 유럽의 증시하락률. [그래픽=연합뉴스] 
연준 금리인상 하루 뒤 미국과 유럽의 증시하락률. [그래픽=연합뉴스] 

통상 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로 해석된다. 경기순환위원회를 통해 경기순환주기를 발표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것을 침체라고 표현한다.

NBER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경기하강 국면은 165개월(1873년~1879년)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부터 18개월이 최장 침체기였다. 1,2차 오일쇼크로 인해 16개월씩 이어진 1973년~1975년, 1981~1982년 리세션이 그 다음으로 길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인 2000년 2월부터 2개월 동안은 가장 최근이자 최단기 침체기로 기록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하루 만의 반락과 관련해 “연준이 제시한 긴축 스케줄하에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며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GDP 전망 추적 지표인 GDP 나우는 최근 계속 하향 중”이라고 분석했다.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그는 “현재 2분기 미국의 GDP가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는데 추가 하향 우려가 상존한다”며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1.5%)를 기록했기 때문에 2분기에도 역성장이 지속된다면 기술적 경기 침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에서도 경기 침체의 징후가 읽힌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보다 14.4% 급감, 시장 예상치(2.6% 감소)를 크게 하회하면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연은이 내놓은 6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활동 지수도 -3.3으로 전월의 2.6에서 급락해 25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감소 전환은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로 돌아섰음을 뜻한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경기 둔화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연준은 강한 긴축을 반영, 올해부터 2024년까지의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전부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올해 수치를 2.8%에서 1.7%까지 대폭 하향하며 미국 경기가 인플레와 긴축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반증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최근 근로자의 실질 임금 감소와 소매판매 둔화 등의 흐름이 확인되면서 경기 우려에 대한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6%나 치솟아 41년 만의 최대폭을 기록한 가운데 이같은 고물가는 실질임금 삭감을 부른다. 전날 발표된 5월 소매판매도 5개월 만에 전월 대비 감소를 보이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예상치가 1.0% 증가였는데 0.3% 감소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역풍에도 버텨온 소비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일 정도로 경기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소매판매 하락전환은 경기침체론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다.

미국 국민들은 이미 경기 침체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1∼14일 미국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조사(오차범위는 ±3.1%포인트)해 16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6%가 미국이 ‘현재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와 확신하지 못한다‘는 답은 22%씩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11치례 경기침체 시기에 평균 26% 하락했던 S&P 500 지수의 현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의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85%에 달한다고 추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우선 물가를 잡는데 집중하겠지만 경제의 연착륙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연준이 ’긴축 스텝‘을 내디딜 때마다 반복되는 금융시장의 ’불신‘ 반락과 암울한 각종 경제지표를 볼 때 경제 모멘텀이 상실돼가는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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