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따로 노는 원·달러 환율, 금리역전 위험 임박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23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내달 개최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재차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한미 간 금리역전으로 외화유출 우려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연준에 따르면, 이날 증언에서 파월 의장은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격 안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강한 고용시장 상황을 지속하려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를 한참이나 웃돌고 있다. 지난 4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했으며,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핵심 PCE 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4.9%나 올랐다. 강한 수요 회복과 달리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크고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고강도 방역 조치 역시 언제든지 공급망 혼란을 악화할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고용시장에서도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는데, 그럼에도 일자리 공석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강한 일자리 수요에도 불구, 공급이 따라가질 못하다 보니 임금 상승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고용시장 전반에서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근로자, 저임금 근로자를 포함해 그룹 전반에서 고용과 소득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미국 내 최대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 촉진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현재 고용시장은 타이트할망정 탄탄하니, 시급한 건 물가안정이다. 파월 의장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필수품의 구입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안 되는 이들에게 주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전념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향후 몇 달간 물가상승률이 2%로 회복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준 위원 다수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는 변화하는 데이터와 경제 전망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세 차례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의 목표 범위를 지속해서 상향 조정해왔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도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과 그 의도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로 동일하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내달 말에 열릴 연준의 FOMC 회의보다 2주 앞선 7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상 전망치를 이달과 같은 0.75%포인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금통위 회의를 한 달여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자연히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장차 외화유출이 심화되며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고, 그로 인한 수입원가 상승으로 물가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약세장에 들어선 증시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얼마나 더 큰 타격이 증시에 가해질지도 미지수다.

이번 주 달러 인덱스(위)는 조정을 받으며 숨 고르기 하는 모양새나, 원·달러 환율은 계속 치솟고 있다. [사진=데일리FX 제공]
이번 주 달러 인덱스(위)는 조정을 받으며 숨 고르기 하는 모양새나, 원·달러 환율은 계속 치솟고 있다. [사진=데일리FX 제공]

위험 징후는 원·달러 환율과 달러 인덱스의 묘하게 어긋난 움직임에서 이미 관찰되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최고점을 찍은 뒤 현재 소폭 하락 중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달리 말해, 세계 전반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보유고의 감소 추세도 심상찮다. 지난해 11월 4692억1000만달러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온 외환보유고는 현재 4477억1000만달러까지 낮아졌다. 감소액은 215억 달러로, 그간의 평균 환율을 적용하더라도 25조원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예탁금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초 한때 75조원에 달했던 투자자예탁금은 꾸준히 줄어 지난 21일 57조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데다, 향후 각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식 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크게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권사가 고객의 보유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으로 빌려준 금액이다. 바꿔 말해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해당 잔고는 지난 21일 19조85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수치가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2월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이번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축소는 오랜 약세장에 최근 증시 폭락까지 겹치자 담보유지비율 미달로 반대매매물량이 속출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물경제와 증시의 앞날에 낀 먹구름이 참으로 짙다. 주식 붐이 일었던 얼마 전만 해도 상당 기간 관찰됐던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종목의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으며, 심지어 그보다 아래로 떨어진 종목도 상당하다.

산이 높았던 만큼 과연 골은 깊었다. 주식 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산꼭대기는 물론 산 중턱 어귀부터 빚까지 내며 투자에 나선 이들의 얼굴에 패인 주름 역시 그에 비례해 점차 깊어지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