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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로 보는 팬데믹 이후 양극화 현상과 경기선행지표 활용성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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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93만5000명)을 기록하고 고용률(63.0%)도 198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끝자락에서 이처럼 양적지표상 고용 호조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질적인 측면에서의 고용 회복은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을까.

금세기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고용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용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고용의 양적 확대를 위해서는 질적 개선이 동반돼야 하고 근로자의 자유·안전·복지 등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고용의 질이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좋은 일자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고용의 양적 회복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야 포스트 코로나의 경제 활력을 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는 이같은 관점에서 팬데믹 이후의 고용 회복 실태를 분석해 주목을 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지난해 중반까지 고용의 질적 개선보다는 양적 확대에 더 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점진적 경기회복의 결과로 지난해 10월 취업자수(계절조정 기준)가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한 후 가파른 개선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고용의 질적 수준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배경에서 연구는 출발한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연구진(송상윤 과장·배기원 조사역)은 보고서에서 “최근 고용의 질은 회복세를 보여 긍정적”이라면서도 “회복 속도는 고용의 양에 비해 다소 더뎌 감염병 확산 이전(2020년 1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고용의 질 분포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좋은 일자리를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어 고용이 안정적이고, 근로시간이 충분하며, 실직위험이 낮은 부문의 일자리’로 정의하면서 고용의 질을 평가했는데, 종사상 지위의 안정성, 근로 시간, 노동자가 속한 부문(산업·종사자규모·직업)의 실직위험 등 3가지 항목을 이용해 고용의 질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했다. 평가 항목 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하면 ‘취약 노동자’(3가지 항목 모두 취약 시 ‘매우 취약군’)로, 나머지는 ‘양호 노동자’로 분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을 100으로 기준 삼을 때 고용의 양(취업자 수)은 지난 4월 기준 102.1에 달하지만, 고용의 질(지수)은 99.2로 100에 못 미쳤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 가운데 취약 노동자 비중은 26.0%인데, 이 중 23.6%p는 '다소 취약군', 2.4%p는 '매우 취약군'으로 분석됐다. 특히 '매우 취약군' 비중은 코로나 확산 초기 4.6%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4%까지 낮아졌지만, 코로나 이전(1.7%)과 견주면 여전히 0.7%p 높은 수준이다.

일거리 부재,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으로 주당 36시간 미만인 노동자 비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도는 데다, 근로시간 감소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 위험이 큰 노동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가장 취약한 일자리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그 결과 취약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양호 노동자와 취약 노동자 간 고용의 질 격차가 확대됐다”고 짚었다. 양호 노동자의 고용의 질 점수는 전 시기에 걸쳐 안정적인 반면, 취약 노동자의 점수는 2020년 1월에 비해 큰 하락폭(11.6%)을 보인 데다 회복이 더딘 데서 비롯된다

또한 “"고용의 질이 매우 취약한 노동자뿐 아니라 매우 양호한 노동자(평가항목 해당 0개)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고용의 질 분포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호 노동자의 경우 감염병 확산기인 지난해에도 취업자수가 증가했으며, 양호 노동자 중에서도 매우 양호 노동자들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같은 고용의 질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남성 대비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더 높았고, 고령층의 경우 팬데믹 이후 고용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노동연령층(30~49세)에서 취약 노동자 비중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녀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30대와 달리 40대 이상에서는 여성의 취약 노동자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선을 그렸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 등 영향으로 40대 이상 여성 고용의 질이 저조한 데서 비롯되는데, 육아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중에 복귀할 때는 질 낮은 일자리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3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우선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는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근로시간 부족에 주로 기인하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직업교육·고용서비스 강화 등 정책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또한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의 질이 낮은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40대 이상 핵심노동연령층 및 고령층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노동자 비중이 높으므로 남성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육아 중인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 공유 확대, 재택근무 제도화 등을 통해 이들이 경력단절 없이 현재의 일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용의 질 지수의 활용이 확장될 수 있다는 대목은 더욱 시선을 끈다. 

고용의 질 지수가 실업률·고용률 등 양적지표에 비해 경기선행성·동행성이 강해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될 수 있기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정교화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고용의 질과 경기 간 상관관계를 따졌을 때 여타 고용지표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5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고용의 질과 경기(산업생산지수 순환변동치) 간 상관계수는 0.74로, 양적지표인 고용률과 실업률보다 경기에 먼저 반응하는 데다 상관계수도 높다는 결론이다.

연구진은 “양적지표의 경우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을 가지나 고용의 질 경우 선행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경기선행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용의 질이 팬데믹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기국면에서 선행적인 경기판단 잣대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의 질은 단순한 양적 취업자 수 확대가 아닌 좋은 일자리의 확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이나 또 하나의 중요한 경기선행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를 높일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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