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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긴축 더 오래도록...미국 대안 물가지표의 아이러니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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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더 높은 금리로 더 오랫동안(higher for longer)'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잡기를 위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짧고도 굵은 메시지를 발신한 이후 1차 충격에서 헤어 나오는 듯했던 미국 뉴욕증시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밑돈 8월 CPI 둔화세로는 긴축 공포를 걷어낼 수 없다는 한계론에 2차 충격을 받고 2년 만에 폭락했다. 국내 증시도 미국 CPI발 쇼크에 1% 이상 하락, 변동성 장세를 맞으면서 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를 예의주시하게 됐다.

미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CPI는 1년 전보다 8.3% 올라 시장 전망치(8.0%)를 상회하면서 피크아웃(정점 통과)으로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충격이 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가전 판매점. [사진=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가전 판매점. [사진=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무엇보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CPI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고강도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각각 컨센서스(6.1%, 0.3%)를 크게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말고도 다른 대안 지표들도 여전히 추세적인 물가 상방 압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월의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치부하던 시기인 지난해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연준의 안일한 상황판단에 반론을 펴며 "1990년대 초 이후 오름폭이 커졌다"고 들이댄 대안 물가지표들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산출하는 ‘16% 절사평균(trimmed-mean) CPI’와 애틀랜타 연은이 집계하는 ‘비탄력적(sticky) CPI’가 그것인데, 이제는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정당화해주는 지표로 부각되는 게 아이러니하다.

광범위한 물가 지수 내에서 변동성이 큰 상·하위 항목 8%를 제외한 8월 절사평균 CPI는 전월보다 0.2%포인트(p) 오른 7.2%를 기록, 1년 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화와 서비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비탄력적 CPI도 8월에 상승 폭이 0.3%p로 커지며 6.1%를 기록, 1년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같이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기조적인 흐름에는 뚜렷한 변화를 없는 만큼 물가 안정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유가 하락만으로 실타래를 풀기는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큰 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방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은 물가 상승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하락만으로 미국 물가가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기대인플레이션과 관련성이 높은 헤드인플레이션(CPI)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그보다 추세적인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PI 추세를 보여주는 절사평균·비탄력적 CPI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 추세는 아직 경직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원적 물가의 주요 요인인 주거비 기여도는 임대료와 자가주거비 둘 다 늘어나면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물가상승률, 피크만 지났을 뿐’이라는 보고서에서 ”그렇지 않아도 끈적거려서 (sticky) 잘 떨어지지 않는 근원 물가의 상승 폭이 전월의 두 배 가까이 더 커졌다는 점은 분명한 걱정거리”라며 ”에너지가 헤드라인 물가(CPI)를 끌어내리는 힘은 7, 8월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물가 하락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을 유지하는 이유다.

내년으로 넘어가야 미국 물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근원 물가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근원 물가지수 내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영향력이 막대한 주거비(임대료)가 안정되거나, 그 외 서비스 부문 가격 전반에 녹아드는 임금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그 효과가 가격으로 충분히 전달돼야 할 텐데 올해 중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듯하다“고 봤다.

미국 절사평균 CPI와 비탄력적 CPI 추이. [자료=대신증권 제공]
미국 절사평균 CPI와 비탄력적 CPI 추이. [자료=대신증권 제공]

이같이 국제 유가 하락 효과도 제한적이듯 변동 폭이 큰 상품보다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기 힘든 서비스 물가지수가 인플레이션 하락을 더디게 한다는 점에서 긴축의 폭과 속도를 숨 가쁘게 끌어올리고 있는 연준의 스탠스 전환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강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로 최근 시장이 기대했던 연준 피벗(Pivot, 입장 선회) 가능성이 불식됐다"며 "오히려 연준의 긴축 정책이 물가 제어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로대로라면 내년 중반에도 미국 CPI 상승률은 4%를 웃돌 전망인데, 이 경우 내년에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을 통해 경기를 희생시켜서라도 연준의 가장 큰 목표인 물가 대응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긴축 행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그는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에서 연준(낙관적)과 시장(비관적)간 격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안도감과 공포감 사이에서 지표에 민감한 높은 변동성 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20∼21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날 91%에서 하루 새 65%로 낮아진 반면 1.00%p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은 전날 9%에서 35%로 높아져 긴축 공포는 그만큼 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경기 불확실성 확대, 경기 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성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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