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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물가 둔화에 '훈풍' 불까...긴축 탈동조화도 퍼지는데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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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고금리 시대에 ‘훈풍’은 불어올까. 정점 통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미국의 고물가 지표가 마침내 꺾이면서 미국발 글로벌 긴축 기조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를 깨고 미국의 인프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급등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발표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재부상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시선을 끌게 된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7%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7.9~8.1%)를 하회하면서도 9월의 8.2%에 견줘 크게 하락했다. CPI는 4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며 올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섰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오른 2483.16에, 코스닥은 23.44포인트(3.31%) 상승한 731.22에 각각 거래가 마감됐다.[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오른 2483.16에, 코스닥은 23.44포인트(3.31%) 상승한 731.22에 각각 거래가 마감됐다.[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흐름이라면 지난 7월 찍었던 상승률 9.1%가 고점이었을 것이라는 피크아웃(정정 통과)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6~9월 상승률 8%대의 고공행진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였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1월 7.5%) 수준까지 돌아간 것이다.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 0.4%로 9월(0.4%)과 같았지만 시장의 예상(0.6%)을 밑돌았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41년 만에 최악의 물가 폭등기를 맞은 올해 CPI가 컨센서스보다 낮게 나왔던 적은 8월, 10월 두 번뿐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 0.3%를 기록, 예상치(전년비 6.6%, 전월비 0.5%)를 모두 하회했다.

이처럼 CPI는 물론 연준이 통화정책의 중요 잣대로 보는 근원 CPI까지 시장 전망치보다 ‘더불어 하회’를 보인 것은 물가 진정세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효과를 보려면 6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린다는 점에 비춰볼 때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를 접고 긴축 스텝의 폭을 급속히 키워온 연준의 정책효과가 처음으로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예상을 번번이 빗나가면서 긴축 발작을 감내해야 했던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모처럼 반색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3.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5.54% 급등했고, 금리상승기에 소외돼 왔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35% 폭등했다. 국내 증시도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나란히 3%대의 폭등세에 올라타면서 ‘CPI발 랠리’를 맞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대응의 긴축 정책으로 나홀로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담아내는 달러 인덱스는 110선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원화가치가 조금씩 오르는 가운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거래를 마쳐 14년 만에 가장 큰 환율 변동폭을 보였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이같은 물가지표 호재가 연준에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할지에 쏠린다. 지난 3일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로 가속페달을 밟을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금리 기조의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더 높이 더 길게’ 의지를 부각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을 낮췄던 긴축 속도조절론이 다시 부상하는 기류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선물 시장에서다음달 14일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좁힐 확률은 전날만 해도 57%였지만 CPI 발표 뒤 81%로 치솟은 반면 5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 가능성은 19%로 떨어졌다.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월별 상승률(빨강 선 내)과 시장 예상치(파랑 선 내). [자료=인베스팅닷컴 홈페이지 캡처]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월별 상승률(빨강 선 내)과 시장 예상치(파랑 선 내). [자료=인베스팅닷컴 홈페이지 캡처]

연준의 ‘긴축 과속’에 1.0%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확대될 경우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과 환율 앙등 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우리 통화당국으로서도 다소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게 됐다.

”좋은 뉴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개선된 미국발 물가지표 소식을 이같이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한은-한국경제학회(KEA)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취재진에게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뉴스"라면서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가운데 미국 물가 상황마저 개선 조짐을 보이자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통상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음을 시시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콘퍼런스 개회사에서도 "최근 인플레와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미 금리 인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 통화정책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변화가 지금 감지됐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국 인플레이션 숫자가 또 바뀔지 안 바뀔지 이런 것도 한 달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물가 둔화세가 지표상으로 드러났지만 과연 추세적인 것인지를 거듭 확인해 미국보다 한 달 앞서 현재 3.0%까지 올라 있는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금통위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 총재가 지난 8월 가파르게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연준의 행보와 유리될 수 없다는 점이 한은의 고민거리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그린북 11월호’에서 반년째 ‘경기둔화 우려’를 진단할 만큼 고물가 시대의 저성장은 복합경제위기를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촌으로 확산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연준 주도의 글로벌 긴축 기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것이 금통위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6일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과 자국 상황에 맞는 맞춤형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 수준을 모색하고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이미 영국·호주·캐나다 등이 연준 행보에 동조하면서 금리를 계속 높일 경우 경제 침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금리 인상 폭을 낮추는 ‘탈동조화’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자본 유출 등에 따른 외환위기를 맞는 것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악화와 금융 불균형의 심화로 금융위기를 맞닥뜨리는 것이 더 치명적이고 후유증도 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처음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무리해서라도 긴축 보조를 맞췄지만 경제체력이 비닥나는 상황에서 이제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지구촌에 퍼지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7, 10월 사상 최초로 두 번씩이나 빅스텝을 내디뎠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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