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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5연속 '만장일치 인상' 제동에 긴축 여력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0.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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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은행이 고물가·고환율을 잡기 위해 통화정책 대응강도를 높여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잡는 테이블에서 금리 상승기에 ‘경기 둔화’ 우려가 처음으로 언급됐지만 아직 물가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13년 만에 급격히 하락한 원화가치 변수를 정책 대응에 반영하면서 석 달 만에 또 한 번 긴축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50bp(bp=0.0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내디딘 빅스텝을 석 달 만에 되밟으면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은의 최다 연속 인상 기록도 4·5·7·8월에 이어 5회로 늘어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격랑 속에 이어진 9차례 금리 동결의 고리를 끊고 지난해 8월 25bp 인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때부터 14개월 동안 8차례 인상을 통해 정책금리는 무려 2.5%포인트가 뛰었다. 한은은 이같은 250bp 인상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의 긴축 폭은 시장의 예상과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0%가 10월 금리인상을 예상한 가운데 89%가 압도적으로 전망한 50bp 인상으로 귀결됐다. 고강도 긴축 퍼레이드를 펴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음달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번 인상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일단 0.25%포인트(미국 상단기준)까지 줄여놓았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변화는 환율 영향 평가와 현재 경기 인식이었다.

지난 8월 통방문과 견줘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달 140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을 11차례나 갈아치운 원·달러 환율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금통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한은의 수정전망치(올해 5.2%·내년 3.7%)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의 환율 급등이 ‘빅스텝 어게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두 변화를 가져온다"며 "당연히 수입물가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부분 지연시킬 위험이 늘어나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화가치 평가절하 자체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 규모가 확대될 수 있고, 환율이 오르면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증거금 납부 요구인 마진콜 등으로 인해 외화유동성을 압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 시장에 영향이 전이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고려해 프런트 로드(선제적 경로)로 다수의 금통위원이 빅스텝에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와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와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금통위원들의 경기 진단은 둔화 우려로 수렴했지만 고물가 기조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잡기에 정책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직전 통방문에서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표현한 국내 경기에 대한 평가가 ‘둔화’로 심화한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소득이 1∼2% 더해져도 물가 상승률이 4∼5%가 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며 "그래서 거시적으로는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에 성장정책이라든지 이런 걸로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빅스텝이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 전후로 낮추고,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원 정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의 전제는 5%대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다. 내년 1분기까지는 5~6%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그는 "물가가 5%를 상회하는 수준이면 그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어느 정도 경기 희생을 하든, 이런 것과 관계없이 우리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물가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둔화를 우려해 정책대응의 고삐를 늦출 경우 고물가가 고착화해 물가상승 악순환을 키우고 나중에 더 큰 경제적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는 통화정책 수장의 인식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다.

다만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긴축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 올해만 기준금리를 6차례 올리는 동안 1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만 금통위원 7인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시장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국내 수입물가와 환율 추이 [자료=SK증권 제공]
국내 수입물가와 환율 추이 [자료=SK증권 제공]

지난 1월 25bp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 회의에서 경기 불안 등을 인상의 위험 요소로 꼽으며 소수의견(동결)을 냈던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이 이번에 25bp 인상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번에 만장일치로 50bp 인상이 결정됐다면 11월 회의에서도 연속 빅스텝 전망이 지배적일 수 있겠지만 소수의견이 나온 만큼 올해 한은의 긴축 드라이브는 통상적인 베이비스텝(25bp 인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25bp와 50bp 사이에서 많은 논의를 해서 50bp를 결정했다"면서 ”금통위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워낙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동요할 수 있다"며 ”많은 금통위원이 인상 기조를 가져가되, 11월 금통위 이전 많은 요인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고 11월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 내 의견이 다양해지면서 11월 50bp 인상 우려는 다소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총재가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힌 만큼 세 번째 빅스텝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재차 빅스텝으로 회귀한 것은 1년간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확대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는데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한은은 내년 경기 위축세가 보다 확산하기 전인 올해까지 긴축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며, 11월 추가 빅스텝으로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들 간의 이견 속에 최종 기준금리가 3.50% 수준이 되려면 11월 금통위 전까지 환율이 빠르게 하락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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