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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생산자물가 다시 '꿈틀'...한중일 통화 절하에 물가정점론도 '흔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0.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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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넉 달 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두 달 연속 오름세로 돌아선 수입물가와 함께 소비자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가 재상승하면서 두 달 연속 5%대로 상승률이 둔화한 소비자물가의 정점론이 흔들리게 됐다.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가 통상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물가의 고점 통과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생산자물가의 상승 반전에는 가스요금 인상과 더불어 환율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9월 5% 이상 내림 폭이 커진 원화가치 급락은 고물가 기조에 상수로 부각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인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환율은 1391.59원으로 8월보다 무려 5.5% 뛰었다.

최근 원화값도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와 함께 역대급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위안화와 달러 지폐 [사진=EPA/연합뉴스]
위안화와 달러 지폐 [사진=EPA/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6으로 전월 대비 0.2% 올랐다. 5월(0.7%), 6월(0.6%), 7월(0.3%)에 걸친 상승세 둔화 끝에 8월 22개월 만에 하락(-0.4%) 전환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재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 올라 2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6.3%)에 따라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2.5% 오르고 공산품이 태풍 피해로 인한 생산 차질과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0.1% 오른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농림수산품은 축산물이 3.0% 내렸지만 농산물(2.2%)·수산물(0.1%)이 올라 0.1% 상승했다. 다만 운송서비스(-0.9%)와 금융·보험서비스(-1.3%) 등이 내리면서 서비스는 0.2% 떨어졌다.

수입품까지 망라해 가격변동을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지난달 1.0% 올랐는데, 이 역시 8월 하락(-1.1%) 전환한 지 한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최근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는 환율 상승 영향이 크다는 게 통화당국의 시각이다. 지난 12일 한은이 석 달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 다시 밟을 때 환율은 더 이상 통화정책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부각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물가 상방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원화의 평가절하는 수입물가를 부추기고 생산자물가 상승에 이어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상관관계를 보인다.

생산자 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생산자 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피터슨 국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 강연을 통해 "환율의 빠른 평가절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빠른 금리 인상과 함께 주요 중앙은행 중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9월 들어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화는 위안화에 대한 대리통화(proxy currency)로서 추가 압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와 유사한 정도로 절하됐던 원화는 지난 8월 중순 이후 미국 달러화 강세 속도보다 더 빠르게 평가절하되면서 쏠림현상까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지난 13일 내놓은 ‘9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원화가치는 ‘슈퍼달러’ 강세에 맞춰 하락했다. 8월 중 DXY는 2.6% 올랐고, 원화값은 2.9% 떨어졌다. 이후 한은이 조사한 기간(9월 1일~10월 11일) 원화값의 내림폭은 6.8%로 DXY 오름폭(4.2%)에 맞추지 못했다. 더욱이 준기축통화인 엔화(-4.7%)와 신흥국 대표통화인 위안화(-3.7%)보다 낙폭이 컸다.

원화는 위안화·엔화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달 들어 두드러진 한·중·일 통화의 동반 평가절하는 국내 물가에도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위안화와 엔화 가치는 역대급으로 하락했다. 역외 위안화 가치는 역대 최대로 절하됐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7위안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역외 위안화 거래가 시작된 2010년 8월 이후 최고치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있는 엔화도 달러당 150엔을 돌파,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엔저 영향으로 일본 총무성이 하루 뒤 발표한 일본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 31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로 치솟았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433.3원으로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피벗(태도 전환) 난망으로 긴축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굳어지면서 미국의 시장금리인 국채수익률이 급등한 영향으로 동아시아 3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한 상황에서 위안화·엔화가치 하락이 가팔라진다면 원화가치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환율이 국내 물가에 드리우는 불안의 그림자는 짙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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