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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9·19 남북군사합의...6년만에 다시 '위기의 해’ 맞나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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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정전 이후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막기 위한 가장 실효적인 안전판으로 작동해왔던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9·19 군사합의)가 존폐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지난해 12월 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이 서울까지 위협한 도발로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서 ‘한 번 더’라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마지막 경고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그해 9월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화 등을 명시해 종전 이후 가장 진일보한 남북 군사충돌 방지책으로 평가받았던 군사합의가 4년여 만에 위기를 맞게 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 제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 제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4일 비공개회의에서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북한 무인기 대응 전력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가안보실에 이같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검토 지시를 내렸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대한민국 국군에 주문한 것"이라며 "특히 확고한 안보 대비태세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단 무인기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 사실상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나날이 지속됐다"고 지적한 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검토 지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대응 전력 강화를 주문했는데,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감시, 정찰과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합동 드론부대를 창설하고 탐지가 어려운 소형 드론을 연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무인기 침범 이후 거론된 드론부대 창설과 스텔스 무인기 생산의 시점을 올해로 못 박아 관련 전력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라고 주문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대남 도발을 다각화하면서 무인기 침범을 통해 수도 서울 영공까지 넘보는 사태로 치닫자 합의 내용에 대한 일방적인 준수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보고, 전면 폐기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역대 최다인 40차례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던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7차례 집중됐을 때만 해도 그나마 인내의 여력이 있었지만, 4분기부터 대남 도발이 다층적으로 이어지자 합의 내용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

합의서 체결 4년 동안 북한이 합의 내용을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가 2건에 불과했지만, 합의에 따른 동·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안으로 북한이 포병 사격하는 도발이 지난해 10월 4회, 11월 1회, 12월 2회 이어졌다. 급기야 북한이 12월 26일 소형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침투시켜 1대는 서울 한강 이북까지 침범하자 합의내용은 이때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9·19 군사합의 내용과 북한의 위반 사항. [그래픽=연합뉴스]
9·19 군사합의 내용과 북한의 위반 사항. [그래픽=연합뉴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합의를 잇따라 무시한 북측의 연쇄 위반으로 남측만 준수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는 판단 아래 영토침범 재발시 무효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대응 수위를 최대치로 높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 이후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촉구한 만큼 각종 도발에도 일단 시간을 갖고 변화를 기다려보자는 신중론이 일각에서 제기된 선제적인 군사합의 폐기론을 눌렀지만, 무인기 침범을 계기로 대응 기류가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간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를 통한 대미 위협에 주력해 왔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는 예년과 양상이 달라졌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 영해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 8년 만의 무인기 침투 등으로 대남 도발 범위를 확대한 게 그 특징이다.

북한이 ‘강 대 강’ 대치 전선을 태평양을 넘어 한반도 군사분계선까지 넓히면서 남북간 긴장 수위는 역대급으로 고조되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은 새해 들어 ‘북한 제8기 제6차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지난해 12월 26~31일)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이라는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대남 강경 기조의 배경을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까지 4년째 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고로 신년사를 갈음했는데, 이번 보고에서는 남측을 겨냥한 '대적투쟁방향'도 명시하면서 새해에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KINU 북한연구실은 이번 전원회의는 미국 관련해 ‘고립압살책동’, 군사적 압박, 한·미·일 3각 공조 본격화 등 실태를 언급하는 수준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는 ‘위험천만한 군비증강책동 광분’, 적대적 군사활동 활발, 대결적 자세 등 공세적 태도를 문제화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관점에서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이 파기되고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군사협력이 가시화되면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 태도를 정세 변화의 주원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남측을 "의심할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한 뒤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해넘이, 해맞이 날에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 1발을 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전원회의에서 대남정책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남측을 겨냥한 '대적투쟁' 표현까지 나왔다는 점은 새해에도 대남 위협 수위가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그만큼 '2023년 위기론'도 커지는 형국이다.

KINU 북한연구실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전원회의의 하이라이트로 대미·대남 대적 행동을 메시지화했다는 점에서 연초부터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2023년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2017년 이상으로 올라가는 ‘위기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해 미사일 발사 기록이 경신되기 전까지 종전 미사일 최다 발사(24회)가 나온 때가 2017년이다. 당시 북한은 ICBM을 역대 최다인 9회나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해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한반도 위기가 초고로 높아졌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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