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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깔린 추가 불확실성 대응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4.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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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긴축의 발걸음이 여전히 안갯속에 멈춰 섰다. 지난 2월 물가 경로를 점검하기 위해 안개 자욱한 길에서 차를 멈춰세웠지만 두 달 뒤엔 갑자기 밀려든 금융불안이라는 안개 앞에서 방향등을 켜지 못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반 만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안갯길’로 비유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걷혀가고 있지만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부각된 금융·경기 불안 상황을 주시하기 위해 시동정지 모드를 유지한 것이다. 일단 금리 재동결로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위기 이후 미국의 긴축 완화 기조가 나타날지도 확인해 긴축 사이클을 접을지를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통화정책 방향의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과 관련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과 관련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올해 세 번째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3.50%)를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2021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이후 지난 1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총 3%p나 숨 가쁘게 끌어올렸던 통화긴축 행보가 지난 2월에 이어 2회 연속 멈췄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통방문)에서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지난 2월 통방문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높은' 표현이 빠지고 '상당 기간' 문구가 추가되면서 물가 오름세의 둔화가 올해 두 번째 동결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0.25%p 올렸던 지난 1월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5%대 고물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금리 동결이 단행된 2월 4.8%에 이어 지난달엔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4.2%까지 떨어진 상태다. 통방문에서도 "앞으로 상승률이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 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명시됐다.

이번 동결 결정은 올해 첫 만장일치 의결이다. 2월엔 금통위원 1명이 인상으로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번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신중한 대응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융통화위원 5명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1명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월 금통위 때와 같은 5명이 시장에서 커지는 긴축종결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대다수 금통위원이 추가 인상 카드를 유지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하나는 물가가 예상한 대로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 산유국 추가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과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물가 반등에 대비한 정책 여력의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경우 다급한 전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는 카드를 남겨놓겠다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통방문에서는 국내경제가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는데,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돼 다음달 한은의 성장률 전망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금융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핵심 책무가 부여된 한은 입장으로서는 6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들고 무역·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깊어지는 경기 둔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주목한다. 이 총재가 ”단기적인 경기가 식어서 금융안정에 영향을 마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스탠스가 중요하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남겨놓게 되는 두 번째 이유에 대해 ”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부터)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은행위기가 유럽으로 일부 불똥이 튀었지만 규제당국의 신속대응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은 채 광폭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부각시켰기에 연준이 다음달 0.25%p 인상으로 사실상 1년 2개월의 긴축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p(상단 기준)로 벌어진 상태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마무리 기조가 확인돼야 금융불안 해소와 아울러 긴축종료 동조화로 연착륙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불확실성 대응론의 바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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