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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단체여행 빗장 푼 중국의 속내와 '유커 귀환'의 한계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8.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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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의 빗장을 사실상 풀었다. 단체여행 허용 78개국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2017년 본격화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여 만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 단체여행의 길도 다시 열리게 됐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각종 경제 지표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겠다는 데 방점을 둔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사진=연합뉴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10일 '여행사 경영 재개 관련 중국 공민의 관련 국가 및 지역 방문(3차) 출국 단체여행 업무 안내' 공고문을 통해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주요국 중 마지막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급전환한 지 한 달 만인 올해 1월 태국 등 20개국, 3월에는 프랑스·이탈리아 등 4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했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은 1,2차 허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 내 온·오프라인 여행사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78개국 국가의 단체 여행상품과 '항공권·호텔' 패키지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됐다.

중국의 속내는 경기 진작이다. 3차 단체여행국 확대 조치는 전날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한 뒤 나온 것이어서 경기 부진에 대한 돌파구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수출입, 내수 지표들이 모두 악화하며 2분기 부진을 이어간 가운데 10개월 연속 떨어진 생산자물가(-4.4%)에 더해 소비자물가까지 동반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가 현실화됐다. 

일상 회복에 따른 보복소비가 일어나기는커녕 지갑을 닫아 ‘보복예금’이 늘어나는 등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더블딥(경제 회복 후 재침체)’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터에 경기 진작에 파급력이 큰 관광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국내 관광을 위주로 내수 진작을 꾀하려 했지만, 중국인들이 대륙 밖으로 안 나가니 안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줄어들어 관광산업의 경기 부양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수는 5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분기 370만명의 1.4%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저우웨이훙 상하이 여행사 스프링투어 부총괄 매니저는 "이번 조치는 아웃바운드 여행의 완전한 재개를 위한 이정표이며, 특히 한국, 미국, 일본의 국제선 재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로 오고가는 관광의 활성화를 경기 부진 탈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취지는 다음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 일본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 12개국이 추가됐는데, 아시아드 축제를 계기로 활발한 인적 교류를 통해 우호 정서를 확대해 아시아권 국가와의 관광 왕래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국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 서방 선진국도 포함해 미중 갈등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외교적 지향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는 기회를 넓혔다.

대외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외국인의 중국 비자 발급절차도 한시적으로 개선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전날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 방문을 위한 비자 발급시 2021년부터 지문을 채취하던 절차를 상무·여행·친척방문·경유·승무 비자에 한해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빙한 중국인 관광객 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빙한 중국인 관광객 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으로서는 사드 배치와 코로나19로 6년 5개월간 사실상 중단된 중국인 단체관광이 본격적으로 재개됨에 따라 관광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2019년 하반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이 일부 재개되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전 연간 800만명대(2016년)를 기록했던 방한 중국인 수는 2019년 602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1750만명)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개별여행 등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은 54만6000명으로 2019년 상반기(280만명)에 비해 5분의 1수준에 그쳤다.

유커의 귀환으로 국내 여행·항공·면세·숙박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훈풍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던 리오프닝 효과가 점점 지체돼 아직 한국 경제 반등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유커 증가'의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이유로 연결된다.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 경로가 수출·제조업이 아닌 내수 진작으로 설정되는 변화처럼 팬데믹 이후 중국 여행 트렌드가 바뀐 것에 주목한다면 ‘유커 귀환’에도 일정 부분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설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서 1055명을 대상으로 향후 3개월 내 여행 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43%가 오직 국내 여행이라고 답한 점을 들어 ”중국인들은 해외보다 국내 여행을 더욱 선호한다“며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둔화, 3년간 록다운(봉쇄)에 따른 후유증 등으로 올해 중국에서는 해외보다 국내 여행을 더욱 선호하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하반기 한국, 일본에 대한 단체관광이 열렸다고 바로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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