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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차대조표 불황' 제한론과 '부동산경기 부양' 한계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8.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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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중국이 기대했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실종된 채 경제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중국 성장의 3대 축인 소비·투자·수출 지표가 일제히 뒷걸음질 치고, 소비자·생산자물가마저 동반 하락하면서 ‘D(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공포’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경로를 밟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부동산 위기가 불거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까지 나온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자산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채 부담이 커진 경제주체(가계·기업)가 이전보다 부채 상환·축소(디레버리징)에 집중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나타나는 경기침체가 중국에서 현실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디폴트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사진=AFP/연합뉴스]
디폴트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사진=AFP/연합뉴스]

1980년대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진 이후 일본이 겪었던 수요부진~물가하락~경기침체의 악순환 고리에 얽혀 중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은 아직은 제한론에 그쳐 있지만, 최근 부동산 관련 위기 상황은 중국 경제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 지표의 전반적인 악화를 반영해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4%대로 끌어내리기 시작하면서도 중국의 일본식 장기불황 도래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는 18일 ‘글로벌 뷰’를 통해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 진입 가능성을 평가한 분석에서 “최근 일각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과거 일본이 경험한 대차대조표 불황 진입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요 IB들은 그 가능성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캐피탈이코노믹스 등은 중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추이부터 다르다는 점이 지적된다. 2017년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베이징의 집값은 45%가량 상승했는데, 이에 대응되는 기간(1986~1991년) 일본 대도시 주택가격은 150% 상승했다. 일본 부동산 가격 거품 형성과 붕괴가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발생한 점에 비쳐볼 때 중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그에 비해 작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차입 감소는 자발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정부의 부채축소 정책 시행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에 일본과 같은 대차대조표 불황의 신호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시각이다. 중국 정부는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부채 전환(2015~2018년), ‘그림자 금융’ 규제(2016~2018년), 부동산개발업체 레버리지 규제(2021년~) 등을 통해 기업들이 차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왔는데, 이 시기에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떨어졌지만 곧바로 재상승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중국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 움직임도 부채를 줄이려는 성격보다는 떨어진 신규 대출금리를 이용함으로써 이자비용을 줄이려는 데 주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 내 기업의 차입 축소 및 가계의 대출 조기상환 등은 주로 정부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에 중국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 부문의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신규 은행대출 및 신용 규모 등 자금수요 추이를 추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중국 내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지수도 코로나19 발병 당시 수준을 하회하는 등 부동산 경기 위축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며 중국 특유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온 부동산 시장의 위기론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 회복 경로에서 중대한 변수가 된다.

시장 상황은 악화일로다. 중국의 주택가격은 2개월 연속, 주택거래량은 3개월 연속 위축되면서 부동산경기지수가 100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게다가 2021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여파로 부동산 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밀어닥친 이후 최근엔 1위 민영 디벨로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까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서 도미노 도산이 불러올 파장이 경제 전반에 미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6일 내놓은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위험 요인에 대해 “부동산시장 위축이 시스템 위기로 악화될 여지는 적으나 신용리스크 확대, 정부 재정악화 등으로 전이되면서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리스크로는 1년 내 회사채 만기도래분의 45%가 부동산 관련 업종이며, 주요 개발기업들의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도 크게 낮아져 신용등급 하락과 디폴트 등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수입의 20%를 차지하는 토지매각수입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감소하고 부동산 부양 지출도 커지면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악화된 지방정부 재정우려가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심리 위축은 제약요인이다. 상반기 모기지 조기상환 규모가 8%에 육박하는 등 가계 등이 향후 경기위축을 우려해 빚을 갚는 대차대조표 불황 현상이 이어질 수 있어 부동산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에도 부동산시장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하방압력이 커질 뿐 아니라 부동산세 도입 등 구조개혁까지 지연되면서 사회불만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성장률(중국 정부 전망치 5%안팎)이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최대 1%포인트(p) 낮아지고 정책재원이 부동산 부양에 소모되면서 사회불평등 해소, 첨단산업 육성 등 핵심목표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경제를 지탱했을 때처럼 부동산 경기 진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앙정부로선 인프라·부동산 투자를 주도하는 지방정부의 부채 악화를 우려해 부양도 방관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방정부 재정에서 세수와 더불어 한 축을 맡아온 토지 장기사용권 매각 수익금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매수 심리 위축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재정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인프라 투자도 사실상 어려워 지방정부 차원에서 풀뿌리 성장을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에서 채권 지원책으로 지방에 부채를 가중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경기 둔화기에는 부동산 부양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부동산 경기 지표 추이 [지료=국제금융센터 제공]
중국 부동산 경기 지표 추이 [지료=국제금융센터 제공]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도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7가지 그림자 중 하나로 부실화되고 있는 지방정부 재정을 꼽으면서 “지방재정 건전성 저하, LGFV 채무상환 부담의 확대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지역 내 인프라투자 등 지방경제 개발 과정에서 지방정부 및 LGFV 부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LGFV의 채권은 올해 GDP 대비 53%를 기록하면서 중국 재정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경연은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지방정부 재정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3년 만기 채권 비중이 높은 LGFV 채권 특성상 부동산시장 부진이 장기화되는 경우 부실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방정부의 디폴트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숨겨진 부채’ 문제가 부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2%로 중앙정부(24%)보다 많다. 여기에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채널인 LGFV 부채는 지방정부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데, 이 LGFV까지 합칠 경우 8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뚜렷해지는 중국 경기 모멘텀 저하’ 보고서에서 이같은 그림자 금융 부채 문제에 주목하면서 “최근 3조7000만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권의 만기가 임박하면서 재정기반이 취약한 구이저우, 후난 등 서부·동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차대조표 불황 우려가 제기되는 경기의 부진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통화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정부의 부양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이미 진 빚으로 인해 신용을 확대시키지 않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채권발행과 용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지방정부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제함에 따라 부양책 강도가 예전에 비해 강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방안으로 그동안 억제해왔던 규제의 완화를 제시했는데 “부동산뿐 아니라 IT,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직접적인 부양책에 비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부채 증가 없이 경기를 부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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