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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순항을 위한 체크 포인트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9.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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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취약성 극복과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지난 2021년 반도체과학법을 발표하며 글로벌 기업의 미국 직접 투자를 이끌어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글로벌 기업의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계획은 50여건으로 투자 총액은 2100억달러(276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운영비 증가, 제한적 보조금 혜택, 인력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법 서명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법 서명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설계 부분에서 미국이, 제조 및 후공정에서 대만과 한국 등 동아시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미국과 EU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산업은 설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산 점유율이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감소했으며 동아시아가 첨단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공정별 및 지역별로 분화됨에 따라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문제 발생 시 공급망 전체가 마비되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핵심 및 신흥 기술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분 투자 촉진을 위해 2800억달러(366조원) 규모의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국이 최근 50년 동안 시행해 온 산업정책 중 가장 큰 규모로 평가받으며 반도체 제조, 장비구매,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에 240억달러(31조60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구매, 설비투자 금액의 25%에 상응하는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는 이 법으로 2022~2026년 미국 내에서 51만263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인센티브를 받는 기업에 초과 이익 공유와 시설 접근 허용 등 가드레일을 제시했다. 이 가드레일에는 중국과 이란 등 미국 우려 대상 국가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 항목들은 미국 입장에선 안전장치로 여겨지지만 한국과 대만 등 외국 투자기업엔 독소조항일 수밖에 없다.

이보다 앞선 2021년 11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백악관과 연방의회 의사당을 방문한 후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에게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당시는 반도체과학법 명칭 결정 이전)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비 있다. 그러면서 당월 24일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150만평(500㎡) 부지에 170억달러(22조4000억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했다. 이 부지는 삼성전자가 이미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시 공장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테일러 공장은 지난해 상반기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선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공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 출처=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인스타그램]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 출처=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인스타그램]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건설은 순항 중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사진을 공개하며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테일러 팹 공사가 한창이다. 첫 번째 공장 외관 골조가 완성되고 내장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며 “내년 말이면 여기서 4nm(10억분의 1)부터 양산 제품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부품 공급자로서 고객 요구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AI 판에서 우리가 가치창출과 가치획득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에 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건설하고 있는 공장은 삐걱대고 있다. TSMC는 400억달러(52조8000억원)를 투자한 1기 공정 시설에서 내년 가동을 시작하고 첨단 3nm 칩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2기 공정시설은 2026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숙련공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TSMC는 미국 현지에서 첨단 장비 설치에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만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외국 근로자의 일자리 차지에 미국 노동조합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대만 매체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미국 노조가 TSMC 공장 건설에 대만 근로자 투입을 금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TSMC가 대만 숙련공이 얼마나 미국 공장 건설에 투입될지 정확히는 밝히지 않았지만 닛케이 신문은 이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건설 비용도 문제다. TSMC가 지난 2월 애리조나 공장 자본금을 최대 35억달러(4조400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TSMC의 미국 공장 양산이 1년 늦어진 202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SMC 피닉스 공사 현장 [사진 출처=타이완뉴스]
TSMC 피닉스 공사 현장 [사진 출처=타이완뉴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혜택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장은 향후 높은 운영 비용으로 또다른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신규 반도체 제조 시설을 10년간 유지 및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만, 한국, 싱가포르 대비 30%, 중국 대비 37~50%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차이는 제3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공격적인 보조금 지원제도와 주요국 대비 미국의 높은 인건비 등에 기인한 것이다. 2022년 기준 OECD 평균임금이 5만3416달러(7038만원)인 반면 미국은 7만763달러(9324만원)다.

주요국 평균 임금 [사진 출처=한국무역협회]
주요국 평균 임금 [사진 출처=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과학법에서 제공하는 보조금 및 세액공제가 단기적 혜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반도체과학법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보조금은 2022년 190억달러, 2023~2026년 매년 50억달러씩 배분 예정이다. 세액공제는 2027년 1월 1일 이전에 착공되는 시설에만 적용돼 이후에 이뤄지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170억달러였던 투자 비용이 250억달러(32조9000억원)로 늘어난 점도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인력난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월 25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2030년까지 미국에 11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현재 학위 수여율을 감안하면 6만7000개 인력 수요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일할 반도체 전문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 이외 인재까지 전자 및 전기 분야 관련자라면 채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과학법은 우리 반도체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요소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법의 제한적 보조금 혜택, 탈중국 동참 압박, 미국 내 높은 인건비, 반도체 고급인력 부족 등으로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 완공 후에도 신중한 운영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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