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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 사라진 경기진단, "회복조짐" 긍정 기류에도 물가 둔화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1.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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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경기둔화"(2~7월)→"경기둔화 완화"(8~10월)→"경기회복 조짐"(11월)

지난 2월 '경기둔화 진입'을 공식 인정했던 정부의 경기진단에서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회복'이 언급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 등이 개선되면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우려를 제기한 '경기둔화' 표현이 1년 5개월 만에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서 사라지면서 경기 반등이 예고됐다. 다만 물가상승세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 부각돼 물가 하향 안정화를 동반한 경제 활력 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기재부는 17일 '11월 그린북'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경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그만큼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단계임을 보여준다.

지난 6~7월 '경기 하방위험 완화'라는 표현을 시작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8~9월), '점차 완화'(10월) 되고 있다는 단계적 진단을 거쳐 이제는 '회복' 전환을 시사해도 좋을 만큼 긍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 경로가 뒤늦게 가시화되는 긍정 판단이 나온 핵심 근거는 '수출 플러스(+) 전환'에 있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해 12개월 연속 역성장을 마감한 데 이어 이달 초순(1~10일) 수출도 3.2% 늘어나면서 플러스 기조를 유지한 데서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키운 배경으로 분석된다.

특히 그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아왔던 수출 핵심품목 반도체 반등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경기회복 신호음을 키운다. 지난 9월 제조업생산은 전월 대비 1.9% 증가했는데, 반도체는 12.9% 올라 두 달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도 이달 초순 1년 전보다 1.3% 늘어 상순 기준으로 1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반도체 수출물량뿐 아니라 단가까지 상승하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 주력품목인 메모리반도체 D램의 지난달 고정단가가 2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의 봄'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더불어 내수가 살아나야 경기 회복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 불안안 물가 진정세가 소비위축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린북 평가에서 또 다른 ‘둔화’ 표현이 물가 상승세에 따라다녔는데, 이달 평가에서는 '완만'이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했다. 지난 7월만 해도 "물가상승세 둔화흐름 뚜렷"이란 문구가 있었지만, 이번엔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란 평가가 나온 것이다.

지난 7월 2.3%까지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석 달 연속 3%대로 높아지더니 지난달엔 3.8%까지 찍었다. 다만 3개월 연속 3.3%에서 꿈쩍하지 않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가 지난달 3.2%로 소폭 하락하면서 물가상승세 둔화 기조는 이어졌지만,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연말 소비자물가의 3.5% 수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날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물가 전망치가 높아졌다. IMF는 반도체 수출 개선 등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4%, 내년 2.2%로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에서 제시했던 전망치를 각각 유지하면서도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3.4%보다 높은 3.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전망에 최근 고유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4%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의 한국 경제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의 한국 경제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경기 회복 경로에서 대외요인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린북에서는 "대외적으로는 IT 업황 개선·방한 관광객 증가 기대감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공급 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향후 경기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기재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대표적이다. 고유가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수입물가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면서 물가 진정 경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산유 패권국들의 감산 연장에 이어 지난달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글로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원유재고 증가와 5차 중동전쟁 가능성 감소, 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5% 가까이 급락하며 4개월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4.6%(3.76달러) 떨어진 배럴당 77.42달러로, 미국 원유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는 전 거래일보다 4.9%(3.76달러) 내린 배럴당 72.90달러로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달 들어 WTI 낙폭이 10%를 웃돌 정도로 급락하고 있는 최근 국제유가 상황에 대해 월간 보고서를 통해 "주로 금융시장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석유 전문가인 필 플린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하락세가 시장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선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면서 "오는 26일 회의에서 OPEC가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경기진단에서 긍정 기류가 강해졌지만,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인 D램 현물가격의 모니터링 못지않게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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