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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3%대 물가, 농산물·고유가에 흔들리는 하향 안정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1.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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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0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 들어 최대 폭인 3.8% 올랐다. 7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최대 상승 폭이다. 6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유가와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3개월 연속 3%대에서 물가 오름 폭이 확대됐다.

4분기 첫달 농산물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유가 변수가 변동성을 키울 경우 물가 하향 안정화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 3.5% 물가 안착은 물론 내년 2.4% 목표도 수정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10월 신선식품지수가 1년 전보다 12.1% 올랐다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가 나온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10월 신선식품지수가 1년 전보다 12.1% 올랐다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가 나온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지난 8월 3.4%, 9월 3.7%에 이어 3개월 연속 3%대 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이후 1년 만인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지만, 유가 상승 영향으로 3%대에서 석 달째 고점을 높이면서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까지 찍었다.

하반기 들어 최대 폭으로 오른 10월 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가 주도했다. 농산물의 물가 기여도 9월 0.3%포인트(p)에서 10월 0.6%p로 높아졌고, 9월 물가를 0.2%p 떨어뜨렸던 석유류는 지난달 0.1%p 낮추는 데 그쳤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이 13.5% 오르면서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물가 상승 폭은 9월(7.2%)에 비해 두 배가량 커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보통 농산물 중에서도 채소 같은 경우에는 10월에는 9월에 비해 기상 여건이 조금 완화되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하락 폭이 이상기온 효과로 인해 하락 폭이 예년에 비해 좀 줄었다”며 “그런 효과로 인해서 전년 동월비는 13.5%로 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의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1% 치솟았다. 지난해 9월(1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 떨어졌는데, 하락 폭은 8월(-11.0%), 9월(-4.9%)과 견줘 크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전체 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월 대비로는 1.4% 올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변동성을 키운 영향이다.

농산물·석유류 비중이 높아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6% 올라 9월(4.4%) 상승 폭보다 커졌다. 지난 2월(5.5%)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다.

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두 근원물가 수준은 다소 떨어졌다.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라 9월(3.8%)보다 상승 폭이 다소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 7월부터 3개월 연속 3.3%를 유지한 끝에 하락, 지난해 4월(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김 심의관은 “최근에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데 기여했던 석유류 가격 안정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는 오르고, 그것이 원래부터 제외돼 있었던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라든지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상저온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더디게 하락하고 국제유가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도 9월보다 상승했다”며 “다만 10월 중하순에 들어서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자 정부는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해질 것이라는 진단 속에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제를 즉시 가동하는 등 물가 불안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저온 등으로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김장철을 맞아 농산물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배추, 소금 등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주요 김장재료 공급을 확대하고,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245억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식품·외식 물가 상승 요인인 가격 상승 농축수물 계약물량을 조기 공급하고, 할당관세도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4분기 들어 농수산물이 물가 불안 수위를 끌어올린 만큼 김장철 대책까지 내놓으면서 대내적인 물가 상방요인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연말 물가 경로에서는 국제유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중동 전쟁 초기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던 유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기재부도 “11월에는 전반적인 수급이 개선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되겠으나, 중동사태 전개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등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에 따라 연말과 내년 물가 경로가 흔들릴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개최한 세미나에서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8∼9월부터 유가가 많이 변동해 물가가 제일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저희 예측이 많이 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84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전제하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3.5%, 내년엔 2.4%로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이슈노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중동사태 변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으면서 “최근처럼 유가 및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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