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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자극했고 미국은 응징했다...동시 항행위기로 커진 중동 리스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1.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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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발화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새해 들어 항행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를 양쪽으로 에워싸며 흐르는 글로벌 물류·에너지수송 ‘동맥’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한 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에선 미국·영국이 친이란·친하마스 예멘반군 후티 근거지를 전면 타격했다. 석 달째 상선 공격으로 홍해를 위협해 온 후티 본진에 대한 첫 '직접 보복'이다. 이란은 앞바다에서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은 이란 배후를 응징하면서 가자지구발 갈등은 서방과 주변국의 대리전으로 확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해서 후티반군 대응 작전을 펼치는 영국 구축함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해서 후티반군 대응 작전을 펼치는 영국 구축함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NN·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연결되는 오만만 해역에서 이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란 석유를 미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대적인 보복전을 이어가면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휘관 폭사, 시리아 친이란 시설 폭격 등에 연루됐다고 보고 강경 대응을 경고한 만큼 이번 나포는 ‘보복’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왕립합동군연구소의 토비아스 보크 선임연구원은 "유조선 나포는 이란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문제를 일으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후티가 이란의 지원 속에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 바닷길에서 민간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며 대이스라엘 전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란이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를 고조시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이 에너지 수송로에 대한 통제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왔다.

미국 백악관은 "합법적인 항해에 대해 결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즉각 반발했고, 영국과 함께 후티 반군 본진에 대한 직접 타격을 단행했다. 전날 후티반군이 홍해 교역로를 지나는 상선을 향해 28번째 무력 도발을 최대 규모로 감행했을 때 미국과 영국이 드론과 미사일 21기를 즉각 격추한 뒤 직접 보복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는데, 후티 근거지에 대한 첫 공습이 현실화된 것이다. 목격자들은 로이터에 "이번 공격이 사나 공항 인근 군사 기지, 타이즈 공항 인근 군사 기지, 호데이다의 후티 해군 기지, 하자 주의 군사 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러한 표적 공격은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적인 행위자가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나포한 선박을 촬영하는 예멘인 [사진=EPA/연합뉴스]
후티 반군이 나포한 선박을 촬영하는 예멘인 [사진=EPA/연합뉴스]

2016년 이후 예멘 영토를 겨냥한 미국의 첫 공습은 미국 등 일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후티 반군을 향해 홍해에서 모든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지 24시간 만에 이뤄졌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에서 싹튼 갈등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적인 해법찾기에 주력하면서 무력대응을 자제해 왔던 미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여론전을 통해 ‘직접 응징’의 명분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란이 홍해에서 후티 공격에 작전적으로 연루돼 이를 수행할 군사 능력과 정보를 제공했다고 비난하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여전히 중동정세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는 CNN에 ”이번 공습은 홍해에서 후티의 지속적인 선박 공격을 약화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확전 방지를 모색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습 이후 성명을 통해 자제와 확대 방지를 촉구했지만, 전 세계 해상 운송의 15%를 차지하는 홍해 바닷길엔 격랑이 밀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유조선 나포를 통해 미국을 자극했고,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에 속한 후티 반군은 "어떤 공격에도 보복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크리그 런던킹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사태가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대결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카타르와 오만을 비롯한 중동의 일부 미국 동맹국들은 후티 반군에 대한 (서방의) 공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으며, 이 지역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테헤란 등 다른 이란 대리 세력과의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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