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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기업 밸류업’, 일본과 차별화 방점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2.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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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글로벌 기준 시가총액 13위, 상장기업 수 7위로 성장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상장기업 저평가)’를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공시하도록 하고, 정부가 세정·세제지원 등을 제공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요체다.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성이 잡혔다.

정부가 기업가치과 주주가치가 함께 높아지는 국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기업 참여·실행의 자율성이 한국 증시 체질개선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출발부터 정밀한 인센티브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미 효과를 본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하면서도 인센티브에 큰 차별화 방점을 찍은 만큼 본격 시행에 앞서 세제혜택 등 유인책이 정교하게 가다듬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제공/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제공/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방침을 밝힌 지 한 달 만에 그려진 밑그림은 세 갈래다. 지원방안은 상장기업, 투자자, 유관기관이라는 3개 축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스스로 가치 제고 방안을 수립·이행하고,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제고 노력과 성과를 평가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와 유관기관이 전면에 나서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809곳, 코스닥 1598곳 등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그 계획에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소통 등의 단계별 추진 내용이 담긴다. 상장기업은 자본비용·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기업 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스스로 평가해야 하며,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 3년 이상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구체적 경영전략·방안, 추진 일정 등을 수립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성공적 사례를 벤치마킹했는데, 그만큼 닮거나 다른 점이 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기업 스스로 수립·공시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다양한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는 측면에선 차이가 있다.

기업가치 제고안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예정된 2차 세미나 이후 6월 중 확정되며, 실제 공시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우리 기업 실정에 맞도록 보완해 일본보다 더 상세한 가이드라인으로 기업의 제고 노력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거래소 전담 지원체계를 통한 컨설팅·피드백 등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와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내용은 일본 케이스와 유사하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주주 환원 등을 통해 기업 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우등생’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든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등 다양한 투자 지표를 고려해 종목을 구성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 지수를 좇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오는 9월까지 개발하고, 연말께 관련 ETF 출시·상장까지 마무리하는 게 당국의 목표다.

일본 증권거래소(JPX)의 경우 2022년 4월 기존 5개 시장을 3개 시장(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으로 통합하면서 증시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지난해 3월에는 프라임·스탠다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 계획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매년 공시하도록 요구했고, 최근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신규지수인 JPX 프라임150을 지난해 7월 내놓고, 이를 추종하는 ETF도 지난달 상장했다. 프라임150지수는 자본효율성 상위 75개 종목(ROE 기준)과 지속가능성 상위 75개 종목(PBR·시가총액 기준)으로 구성됐다.

기관투자자가 타인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해 기관투자자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안은 일본 사례에는 없는 차별점이다. ‘큰 손’ 연기금 등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고려하도록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 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높여 투자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밸류업 참여 기업에 직접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핵심적 특징이다. 계획수립부터 공시까지 전 과정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만큼, 세정·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참여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계획을 충실히 세웠는지, 목표는 적절히 설정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5월 표창하도록 했다. 수상 기업은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연구개발) 세액 공제 사전 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세·법인세 경정 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세정지원 5종 세트’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날 지원방안에는 이같은 세정지원 외에 세제 혜택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시장에선 참여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지원 방안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거쳐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 기업에 법인세 감면이나 소각 비용의 손금 인정 등이 검토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밸류업 지원방안은 오늘 발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첫 단추”라며 “상반기 중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세미나 등을 통해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첫 세미나에서 "기업 밸류업은 어떤 한두 가지 조치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투자자·정부가 함께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와 증시 체질 개선 노력을 다각적으로 전개해 왔는데, 시행 1년 경과 기준으로 JPX 밸류업 공시는 28% 수준이란 점에서 일본보다 늦게 출발하는 '코리아 밸류업'은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재평가되면서 10년, 20년 동안 지속해서 오르는 그림을 완성시켜나가야 한다는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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