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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지표' 생산자물가 석달째 상승...가늠 어려워지는 물가진정 흐름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4.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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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다음달 2~3일 기준금리 조정을 앞둔 미국에서는 지난해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았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고강도로 대응해온 통화긴축 종료론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상 5월 금리인상을 마지막으로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는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반전이 한몫 거들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5.0%, 전월보다 0.1% 올라 모두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밑돌았을 때만 해도 미온적이었던 금융시장의 반응은 다음날 확 달라졌다. P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며 전월 상승폭(4.9%)를 크게 하회하자 금리인상 조기종료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했다. 전월 대비로는 0.5% 떨어져 3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기 때문에 뚜렷한 CPI 둔화세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서 PPI가 모처럼 주목받았던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에서 미국이 지난해 6월 9.1%로 최고점을 찍은 데 비해 한국은 지난해 7월 6.3%로 피크 아웃(정점 통과)한 뒤 지난달 4.2%까지 떨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고물가 수준은 낮지만 아직은 확실한 물가 진정의 징표가 부족한 편이다. 통상 최소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PPI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미국과 달리 하락 전환을 통해 물가가 잡힐 것이라는 신호음까지 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오르고 1년 전보다는 3.3% 상승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21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돼지고기(8.8%), 닭고기(8.5%), 햄버거·피자전문점(3.2%) 등의 가격이 뛰었다. [사진=연합뉴스]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오르고 1년 전보다는 3.3% 상승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21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돼지고기(8.8%), 닭고기(8.5%), 햄버거·피자전문점(3.2%) 등의 가격이 뛰었다. [사진=연합뉴스]

1년 만에 CPI 오름 폭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달 공산품, 서비스가격 상승 등으로 PPI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앞으로의 물가 불안을 진정시키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2월(120.46)보다 0.1% 높은 120.58(2015년=100 기준)로 집계돼 올해 들어 매월 상승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0월(10.0%) 피크 아웃 이후 11월(-0.3%)·12월(-0.4%) 내림세를 보였다가 올해 들어 상승 전환했다. 3개월 연속 오름세이지만 1월 0.4%, 2월 0.2%, 3월 0.1%로 매월 절반씩 상승 폭은 줄어들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3% 올랐는데, 지난해 7월(9.2%) 이후 오름 폭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올해만 해도 1월(5.1%), 2월(4.8%), 3월(3.3%) 달마다 1% 안팎으로 떨어져 2021년 2월(2.1%)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 상승했다.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PPI도 추세적인 물가 진정을 확실히 예고하지 못한 셈이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공산품·서비스물가가 오르면서 전체 PPI 상승을 이끌었다. 공산품은 석탄·석유제품(-1.3%) 등이 내렸지만 화학제품(0.7%)을 중심으로 0.2% 올랐다. 서비스는 음식점·숙박서비스(0.7%), 사업지원서비스(0.1%) 등의 상승으로 0.1% 올랐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4.6%), 수산물(-0.5%)을 중심으로 0.9% 떨어졌고,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3.8%) 등의 하락으로 0.4% 내렸다.

물가 진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PPI발 알람이 울리지 않으면서 당국이 내다보는 물가경로 상의 연착륙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상반기까지는 3%대로 둔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국제 유가 변동성,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선행지표인 PPI에서 두 가지 보조지표를 살펴봐도 물가 진정 흐름을 담은 추세선을 그려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공급물가지수와 그 지수 내 최종재지수가 구체적인 소비자물가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국내공급물가지수 전월 대비,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국내공급물가지수 전월 대비,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지표다. 한은은 생산자물가와 수출입물가를 발표하는데, 생산자물가에 수입물가를 더하면 국내공급물가가 된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물가변동의 파급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헤 국내에 공급(국내출하·수입)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생산단계별로 구분해 측정한 지수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등처럼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등이 반영돼 역대급 고물가를 부추긴 핵심요인으로 떠오른 수입물가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이번 물가상승기에서는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보조 선행지표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이 지수는 원재료(3.3%), 중간재(0.7%), 최종재(0.4%) 모두 오르면서 전월 대비 0.8%의 상승률을 기록, 2월(0.7%)보다 다소 상승 폭이 커졌다. 3개월 연속 내림세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해 11월(8.1%) 한 자릿수 상승률로 꺾인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며 지난달 2.5%까지 낮아졌다. 이처럼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것은 여전히 물가 예측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공급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최종재지수로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은에 따르면 최종재지수는 자본재 부문까지 포함돼 있어 소비자물가지수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최종소비자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와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이 지수는 지난달 전월 대비로 0.4%로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전월 대비로는 3.5% 올라 지난해 연말 4%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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