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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만의  3%대 소비자물가와 4%대 근원물가 연쇄 역전 사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5.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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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2개월 만에 3%대로 꺾였다. 올해 1월 5%대에서 반등(5.2%)으로 출발했지만 2월(4.8%)·3월(4.2%) 연속 4%대를 거쳐 오름세가 계단식으로 내려앉는 모양새다.

물가앙등의 ‘주범’이었던 석유류 가격 하락세와 지난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수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지만,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 등으로 기조적인 물가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3%대 물가 안착에도 불구하고 국내·국제용 근원물가 지표가 4%대에 머문 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잇따르면서 전체 물가 안정화의 속도도 그만큼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가 14개월 만에 3%대 상승률로 둔화했지만 개인서비스 물가가 가정의달 들어 꿈틀댈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고기집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14개월 만에 3%대 상승률로 둔화했지만 개인서비스 물가가 가정의달 들어 꿈틀댈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고기집 모습.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으로 정부가 전망한 ‘2분기 3%대 물가’가 올해 두 번째 분기 첫 달에 현실화했다. 오름 폭은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p)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4.1%), 5월(5.4%), 6월(6.0%) 빠르게 1%p 단계를 뚫은 뒤 7월 6.3%로 피크아웃(정점통과)한 이후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서비스물가의 상승 폭이 소폭 상승하였지만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상승 폭이 둔화하면서 총지수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품목별로 지난달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4%, 4.0%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1.0% 상승에 그쳤지만, 축산물 가격의 경우 1.1%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2.0% 올랐는데, 가공식품(7.9%) 상승에도 석유류 가격이 16.4%나 급락하면서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 내림 폭이다.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결정에도 국제유가가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석유류 가격은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이 모두 큰 폭 하락했다. 전월에 비해서는 1.3% 올랐지만, 1년 전 워낙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로 전체 물가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감소세는 3개월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와 동행한다. 전체 물가 상승 폭이 전월 대비 2월 –0.4%p, 3월 –0.6%p, 4월 –0.5%p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는데, 석유류의 기여도도 같은 기간 –0.5%p, -0.76%p, -0.9%p로 감소 폭을 키웠다.

전기·가스·수도는 23.7% 올라 전월(28.4%)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는데, 당초 지난달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 등이 미뤄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0% 올라 전월(3.8%)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그중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전월(5.8%)에 비해 오름 폭이 더 커졌다. 외식이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5.0% 상승, 2003년 11월(5.0%) 이후 무려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건비·재료비 등의 원가 인상 요인이 점차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3%대에 진입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둔화세가 주요국보다 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대 이하의 물가에 접어든 나라는 한국 외에 일본(3.2%), 스페인(3.1%), 룩셈부르크(2.9%), 스위스(2.7%) 등이다.

피크아웃으로 주요국과 둔화세를 견줘보면, 한국은 고점에서 지난달까지 9개월 걸려 2.6%p 떨어졌다. 지난 3월 기준으로 한국과 같은 시기 고점(7.3%)을 찍었던 프랑스의 경우 겨우 0.6%p 낮아지는데 그쳤다. 한국보다 한 달 이른 지난해 6월 41년 만에 최고치(9.1%)를 기록했던 미국은 5%p를 낮추는 데 9개월 걸렸고, 캐나다의 경우 같은 기간 8.1%에서 4.3%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정점을 보였던 독일은 11.6%에서 7.8%로 빠르게 둔화했지만, 영국의 경우 10.7%에서 같은 기간 1.0%p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7월 평균 최고치(7.8%)를 기록한 뒤 5.4%로 둔화했고, 지난해 10월 고점(평균)을 통과한 OECD(10.7%→7.7%), 유로존(10.6%→6.9%)은 3%p대 둔화 폭을 보였다.

피크아웃 이후 월평균 둔화 수준으로 본다면 한국은 –0.29%p로 독일(-0.76%p), 유로존(-0.74%p), OECD(-0.6%p), 미국(-0.45%p), 캐나다(-0.42%p)보다 낮은 반면 G7(-0.27%p), 영국(-0.2%%p), 프랑스(-0.08%p)보다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기조적 물가 흐름의 상승세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용에 이어 국제용 근원물가 지표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4%대를 유지하면서 물가 기상도 상의 개선을 점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농산물(곡물 제외),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품목 57개를 뺀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 2, 3월 4.8%로 보합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4.6%로 다소 낮아졌지만, 이미 지난달 2년 3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역전현상이 시작됐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의 통제품목에 수산·축산물과 에너지 등 149개를 추가로 제외한 309개 품목으로 집계하는 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 1월부터 3개월째 4.0%로 변화가 없어 끈적끈적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상대적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2020년 6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역시 역전이 일어났다.

OECD 물가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보다 OECD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은 나라는 스위스(1.9%) 일본(2.6%), 룩셈부르크(3.4%), 프랑스(3.7%)뿐이지만, 한국은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8개국 중 하나다. 한국이 0.3%p를 유지하는 그 격차가 네덜란드(2.17%p), 그리스(1.97%p), 스페인(1.83%p), 미국(0.61%p), 벨기에(0.43%p)보다는 작지만 캐나다(0.22%p), 이스라엘(0.2%p)보다는 크다.

석유류 가격 하락세와 기저효과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체 물가의 기울기는 점점 꺾일 수는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인상여부 발표가 미뤄져온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조만간 오르게 될 경우 공공요금은 다시 물가 진정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 둔화기에 지난해 10월(5.7%·+0.1%p)과 올해 1월(5.2%·+0.2%p) 재차 상승률이 반등했던 것은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재료비 인상분 반영이 시차를 두고 상승요인을 높이는 개인서비스 물가가 꿈틀대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추가 가격인상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개인서비스 물가의 경우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공공요금 상승분을 반영하게 되면 특히 가정의달인 5월 외식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에 물가 조기 안정화 흐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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