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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예금 5개월만에 증가 전환...커지는 '자본 리쇼어링' 효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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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난달 50억달러 이상 늘면서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국내 기업이 나라밖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 등 해외 유보 소득이 국내로 환류하는 효과로 올해 처음 외화예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기업예금을 중심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접은 만큼 고금리를 동반한 경기 하강기에 국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추가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5월 거주자 외화예금이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5월 거주자 외화예금이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5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67억9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54억달러 늘어났다.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기업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을 합친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늘어났다가 올 1월 줄어들기 시작한 뒤 넉 달 연속 감소행진이 멈췄다.

외화예금 증가는 기업예금에서 두드러졌다. 개인예금(잔액 141억2000만달러)이 2억7000만달러 늘어난 데 비해 기업예금(잔액 826억7000만달러)은 5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화 예금은 822억9000만달러로 한 달 새 30억9000만달러 증가, 전체의 85.0%를 점했다. 유로화 예금은 12억9000만달러 늘어 57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역대급 ‘엔저’ 현상 영향으로 엔화예금의 경우 62억5000만달러로 9억3000만달러 증가하면서 비중이 6.5%로 확대됐다. 엔화예금 증가 폭이 2017년 10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는데, 증감 규모로는 역대 2위에 해당한다.

한은은 “달러화예금과 유로화예금은 기업의 해외자회사 배당금 및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증가했으며, 엔화예금은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 개인의 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안화예금(12억8000만달러)과 영국 파운드화·호주달러화 등 기타 통화(12억3000만달러)는 각각 5000만달러, 4000만달러 증가해 비중이 1.3% 수준으로 같아졌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2019년 794억달러에서 지난해 1109억8000달러로 증가추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말과 견줘 지난달 잔액 규모는 87.2% 수준이다.

이렇듯 국내 기업과 개인이 취득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은행에 외화형태로 예치하는 예금이 증가한 것은 환율 하락 기조라는 통상적인 변수도 작용했지만, 올해 들어 세제 개편에 따른 해외 유보 소득의 환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 효과다. 해외 법인의 소득이 국내 투자로 유입되는 현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세제 개편이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지난해 말 법인세 개정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가 해소되면서 해외 잉여금의 국내 유입이 물꼬를 텄다.

올 1월부터 해외에서 이미 과세된 배당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해당 금액의 5%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이 올해 총 59억달러를 국내 본사로 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배당 금액의 4배 넘는 규모다. 그중 56억달러가 비과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간 전략적인 해외 수출기지 확대 등 해외 투자가 많은 기업들로선 해외 잉여금을 국내로 들여오기보다는 해당 국가 계좌에 묶어놓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그에 따라 배당금 등 해외에 쌓여만 가는 유보금은 해당 국가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에 도움을 줄 뿐 정작 국내 GDP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 일본 등 선진국처럼 뒤늦게나마 제도적으로 ‘대못’을 뽑으면서 기업 투자의 전방위 확대가 가능해졌다.

해외 유보금의 대거 환류를 통해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기회가 넓어졌다. 특히 국내 투자가 절실한 이번 경기 둔화기에 고금리의 국내 차입 없이 별도 금융비용도 들이지 않고 기업이 국내에 투자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여력이 커지게 된 것이다.

해외 자회사의 수익배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으로 국내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자본 리쇼어링 효과는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경상수지에서 먼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2,4월 적자에 빠질 만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법인이 해외에서 받은 투자소득, 임금 등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만 호조를 보이며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1~4월 누적 경상수지는 53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구성 지표 중에서 상품수지(-93억달러), 서비스수지(-84억달러), 이전소득수지(-9억달러)가 마이너스(-)인데 비해 본원소득수지만 ‘나홀로 흑자(132억달러)’로 추가적인 악화를 막아주고 있다.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억달러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내 투자소득배당수입 누적액이 279억달러로 지난해 1~4월(157억달러) 대비 77.7%나 급증한 것은 국내 환류 증대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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