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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수익성 부진보다 더 심각해지는 안정성 악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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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공식적으로 ‘경기 둔화 진입’을 진단하면서 1분기 국내 기업들의 경영 지표도 경기 하강곡선에 맞춰 뚝뚝 떨어졌다.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0%대로 추락했고, 마진율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성장 부진에 수익이 급감하다 보니 부채비율도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을 나타내는 기업경영 지표가 일제히 동반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1042곳(제조업 1만858곳·비제조업 1만184곳)의 1분기 매출액은 1년 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6.9%)보다 증가 폭이 1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채 겨우 역성장은 면했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연합뉴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연합뉴스]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 부진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분기(-1.04%)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등의 대내외 수요 위축이 매출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의 매출액이 –2.1% 뒷걸음쳤는데, 직전 분기 2.6% 증가에서 감소 전환한 것이다. 기계·전기전자(-14.3%), 석유화학(-3.5%)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비제조업 매출증가율은 같은 기간 두 자릿수(12.6%)에서 3.6%로 급락했다. 규모별로 대기업(7.5%→0.7%)은 턱걸이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지만, 중소기업(4.3%→-1.2%)은 마이너스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수익성도 떨어졌다. 1년 전만 해도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63원을 남겼다면 올 1분기에는 23원만 손에 쥐는데 그쳤다. 이들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8%로 지난해 1분기(6.3%)와 견줘 반토막 난 것이다. 특히 제조업(8.4%→2.5%)의 매출액영업이익률 악화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불황 속에 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이는 기계·전기전자(-3.1%)의 영업손실로 연결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성과 달리 수익성에서는 대기업(6.6%→2.4%)이 중소기업(5.3%→4.7%)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모두 악화했다. 이들 지표는 뚜렷한 계절성이 없어 분기별 재무구조 추이, 변화요인 파악 등을 위해 직전 분기와 견주는데, 동반 상승했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매출 부진을 외부 차입으로 버티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부채비율은 92.1%에서 95.0%로 상승, 2016년 2분기(94.9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5.3%에서 26.0%로 높아졌는데, 2016년 1분기(26.0%)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대기업 부채비율(92.6%)과 차입금 의존도(25.1%)는 각각 3.2%포인트(p), 1.0%p 올랐다. 중소기업은 부채비율(106.6%)이 0.5%p 높아졌지만, 차입금 의존도(30.2%)는 0.4%p 낮아졌다.

1분기 외감기업의 주요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제공]
1분기 외감기업의 주요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제공]

외감기업의 안전성 지표 악화는 부채상환 부담을 키운다.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3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금리 인하는 적어도 연내에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기업의 빚 갚기는 그만큼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33%를 기록했는데, 기업대출(0.35%)이 가계대출(0.31%)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9%,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다.

기업대출 부실 상황은 최근 더 나빠졌다. 은행권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기준 신규 기업대출 연체율(잠정)은 0.37%로 전월 대비 0.04%p 높아졌다. 지난해 5월(0.22%)과 비교하면 0.15%p나 뛰었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지표로서, 이를 통해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적 부진 속에 금융부담만 커지면서 기업의 경영 시계가 멈칫하고 아예 고장 나게 될 경우 은행 여신 건전성도 위협하게 된다. 3개월 이상 연체할 때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되는데, 통상 연체율이 오르면 은행 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NPL 비율도 높아지게 된다. 기업의 5월 NPL 비율은 0.35%로 전월(0.33%), 전년 동월(0.32%) 대비 모두 올라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의 성장·수익성 부진 상황보다 파급 리스크가 큰 안정성 악화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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