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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 근원물가 외환위기 후 최대 상승폭...금융위기 때 물가경로와 견줘보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8.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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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눈높이는 다소 격차가 있다.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오름 폭은 3.3%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아진 역전현상이 해소돼야 가능한 물가 연착륙 수준이다.

근원물가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진정세를 더디게 하고 있어 이같은 물가 안정화 경로를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소비자물가 상승률(6.3%)을 기록한 고물가가 꼭 1년 만에 4.0%포인트(p)나 떨어져 6, 7월 연속 2%대 물가를 맞았지만, 근원물가는 국내외용 지표 모두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 앞에 음식 가격이 써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 앞에 음식 가격이 써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458개 품목 중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변동분을 빼고 산출하는 근원물가 평균 상승 폭이 1~7월 기준으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활용하고 한은도 통화정책의 주요 운용지표로 삼고 있는 국제 기준의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57개 품목) 제외지수는 올해 1~7월 누계치로 3.8% 상승,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7월 5.6%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149개 품목) 제외지수도 같은 기간 4.5% 오르며 6.8% 상승했던 25년 전 이후 가장 높은 오름 폭을 나타냈다.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7월 식료품·에너지제외 물가(3.3%), 농산물·석유류제외 물가(4.2%)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7월까지 3.7% 오른 소비자물가보다 두 근원물가 상승 폭이 더 높다. 이번 물가 상승기에서 지난해 11월 고점(4.3%)을 찍었던 국제용 근원물가는 지난 4월(4.0%)부터 지난달(3.3%)까지 4개월 연속, 올 1월 정점(5.0%)에 달했던 국내용 근원물가는 3월 4.8%에서 지난달 3.9%로 둔화하는 동안 5개월째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달 두 근원물가는 나란히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을 보였다.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현상은 금융위기 때와 닮았다. 1998년 1~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4%에 달했는데, 당시 최고점(2월 9.5%)이 포함돼 있어 이번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엔 2008년 7월 5.9%로 피크아웃(정점 통과) 이후 이듬해 물가 수준이 이번 물가 상승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09년 1~7월 소비자물가가 3.1% 오르는 식료품·에너지제외 물가와 농산물·석유류제외 물가는 각각 3.3%, 4.2%로 더 많이 올랐다.

그렇다면 올해 남은 5개월 동안 근원물가가 잡혀 역전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까. 14년 전 물가 진정 사례를 본다면 간단치 않다. 상승률 둔화 폭은 소비자물가보다는 높았지만, 연말 시점에는 결국 근원물가가 더 낮아졌던 것이다.

2009년 8~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둔화된 가운데 OECD 방식의 근원물가는 2.5%, 국내 방식의 근원물가는 2.6%를 나타냈다. 하지만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집계됐고, 두 근원물가는 2.2%씩 기록했던 것이다.

근원물가 추이와 품목별 물가 기여도 비교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근원물가 추이와 품목별 물가 기여도 비교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1~7월 물가 급등기였던 기저효과로 올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2%대 상승률까지 둔화했지만, 이달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만큼 한은은 소비자물가나 근원물가의 둔화세에 변동성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3%로 25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 2일 한은은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다소 웃돌며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의 진정세에는 무엇보다 개인서비스 물가가 큰 변수다. 한은도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5월)에서 “올해 근원물가의 전망 경로는 서비스물가의 오름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에 대한 물가 기여도에서 상품이 0.6%p, 서비스는 1.6%p를 나타냈다. 물가를 1.6%p 높인 서비스 중 개인서비스의 기여도는 6월 1.5%p에서 지난달 1.4%p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아 하방 경직성이 강한 개인서비스는 지난 1~7월 5.5% 상승했는데, 그중 외식은 7.0%, 외식외 물가는 4.4% 올랐다. 지난달 개인서비스는 4.7%(외식 5.9%, 외식외 3.8%) 올라 15개월 만에 상승률이 4%대로 둔화했지만, 근원물가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 정도로 꺾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기 때는 2009년 1~7월 3.3% 오른 개인서비스 물가는 8~12월엔 2.1%로 둔화하면서 연말 소비자·근원물가의 2%대 연착륙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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