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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두 달째 3%대...근원물가가 '안정화 회복' 얼마나 떠받칠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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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해 들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하락 폭이 크게 확대됐으나, 8월부터는 기저효과가 반대로 작용하는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와 함께 빠르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오름 폭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이렇게 밝힌 물가 전망경로대로 소비자물가 오름 폭이 커졌다. 지난해 7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6.3%를 찍고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기저효과로 다시 반등하면서 8,9월 연속 3%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끌어내리지 못한 영향이 컸다. 여름철 농산물 가격 상승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5개월 전 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1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1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다만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10월부터는 다시 물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본적인 근거이지만, 근원물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만큼이나 연내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도 제한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8월(3.4%)에 이어 두 달째 3%대 오름세다. 상승 폭은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대 물가가 6월(2.7%), 7월(2.3%) 두 달로 마감하고 다시 두 달 연속 3%대로 높아진 데는 국제유가 영향이 가장 컸다.

상반기 물가 둔화를 견인했던 석유류값 하락 폭이 지난달에는 4.9%에 그쳤다. 지난 7월(-25.9%), 8월(-11.0%) 줄어들던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밀어 올리는 반대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월평균 가격은 지난 6월만 해도 75달러였지만 7월 80달러, 8월 86달러에 이어 지난달엔 93달러까지 치솟아 1년 전(9,10월 각 91달러) 수준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p)에서 8월 -0.57%p, 9월 –0.25%p로 둔화했다. 석 달새 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리는 규모가 6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농축수산물도 3.7% 올라 8월(2.7%)보다 상승 폭을 키웠는데, 농산물의 경우 7.2% 상승으로 지난해 10월(7.3%) 이후 오름 폭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 등 계절적인 요인과 달리 그간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고물가의 주범으로 꼽혔던 서비스 물가는 둔화세를 지속했다. 개인서비스는 4.2% 올라 전월(4.3%) 대비 오름 폭이 다소 줄었다. 그중 외식 물가는 4.9% 상승, 2021년 12월(4.8%)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을 보였다. 외식 제외 물가는 3.6% 오르며 지난해 5월(3.5%)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둔화했다"며 “농산물이 상승한 부분을 서비스 상승률 둔화에 따른 하락으로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률을 다시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글로벌 유가의 변동성에 달려 있다. 김 심의관은 “국제유가가 반영되는 것은 통상 2주 정도의 시차가 걸리는데, 일부는 10월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유가 시장에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5.11달러(5.6%) 내린 배럴당 85.81달러로 거래를 마감, 한 달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정부는 10월에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향후 소비자물가는 안정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계속 반영되겠으나 수확기 도래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점차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서민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품목으로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데서 전체 물가의 진정세 회복을 찾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 7월부터 3개월째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월 대비로는 올해 처음 마이너스(-0.1%)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유가 강세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들썩이면서 다시 상승률이 높아지지만, 근원물가는 기조적인 진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근원물가 보합은 추세적으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피크아웃 12개월 만에 2.3%까지 떨어졌지만 8,9월 연속 상승하며 1.4%p나 올랐다. 반면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4.3%) 피크아웃 이후 지난 5월(3.9%), 6월(3.5%) 3%대로 낮아졌지만 그 뒤로는 3.3%에서 3개월째 답보 상태다.

미국과 비교하면 근원물가의 정체가 두드러진다. OECD에 따르면 지난 6월(9.1%) 41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를 경험했던 미국은 역시 피크아웃 12개월 만에 3.0%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뒤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9월(3.2%), 8월(3.7%)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근원물가는 지난 3월(5.6%)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며 8월엔 4.3%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원물가의 하향 안정화 추세는 통화긴축의 숨 고르기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G7(주요 7개국)도 지난해 10월(7.7%)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찍고 8개월 뒤 3.9%로 낮아지고 8월엔 4.2%로 반등했지만, 근원물가는 8월(4.3%)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OECD(37개국)의 경우 지난해 10월(10.7%) 피크아웃 뒤 8개월 만에 5.7%까지 낮아진 이후 8월(6.4%)까지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로 전환한 것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근원물가는 7% 안팎에서 4개월 연속 하락 뒤 2개월 연속 상승으로 변동이 컸다.

우리나라 근원물가가 급격한 변동을 보이지 않은 현재 흐름은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전체 물가의 안정화 회복을 떠받칠 만큼 연내 호전될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한은이 8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3.4%로 지난 5월 전망치(3.3%)보다 오히려 1%p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망대로라면 마지막 4분기에 등락을 거듭하든, 횡보하든 3분기 수준보다는 소폭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5%)을 1%p 밑도는 예상치로 역전현상만 피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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