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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차입경영으로 버틴 제조업, 더는 버거운 기준금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7.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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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해 상반기 제조업 대기업은 차입경영으로 불황을 견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증가했고, 5곳은 회사채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자금사정이 호전됐다는 기업들이 악화됐다는 응답의 기업보다 배 이상 많았지만, 수출 부진 장기화와 제조업 업황 부진에 따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차입금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부터 4회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업들이 상반기 빚을 늘려 경색된 자금상황의 숨통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점을 현행 수준으로 설정, 하반기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더 가중되는 금융비용 부담은 성장 회복의 걸림돌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화물이 쌓인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입화물이 쌓인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30일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공개한 ‘자금사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금사정이 전년 동기 대비 호전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31.8%로 나타났다. 이는 악화됐다는 응답(13.1%)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자금사정이 1년 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55.1%였다.

전경련은 자금사정 개선의 주요 원인이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자금의 증가가 아니라 차입금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중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2.9% 급감한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은행 차입 등 직·간접금융 시장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늘어났기 때문이다.

응답 기업 86.9%는 올해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늘었다고 했고, 응답 기업 52.4%는 회사채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유보금 축적이 아니라 빚을 내서 악화된 자금사정에 대응하는 흐름은 기업의 성장·수익·안전성 지표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1042개(제조업 1만858개 포함)의 올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직전 분기(6.9%)의 6%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2.8%로 1년 전(6.3%)에 비해 반토막 났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기업의 성장·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외부 차입이 늘어나면서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의 백분율인 부채 비율이 95.5%로 직전 분기(92.1%)보다 높아졌다. 이는 2016년 2분기(94.96%)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총자산에 대한 차입금·회사채 합계의 백분율인 차입금 의존도도 지난해 4분기 25.3%에서 올 1분기 26.0%로 확대됐다.

이같이 재무 안정성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자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20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기준금리가 3.0%포인트(p)가 가파르게 인상된 이후 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은 평균 1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상승기 전인 2년 전에 비해 금융비용이 5~10% 늘었다는 기업이 30.9%로 가장 많았고 10~15% 증가(24.3%), 0~5% 증가(14.0%), 20~25% 증가(9.3%) 순이다.

이번 역대급 금리 상승기에 나온 경제연구기관의 분석들에서도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예견됐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0.5%p 인상은 기업대출금리를 0.52%p 끌어올리고, 기업대출금리가 0.95%p 높아지면 매출액순이익률은 연간 0.3%p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도 기준금리가 1% 인상될 경우 대출금리는 중소기업이 0.64%, 대기업이 0.57% 상승해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정부가 진단한 ‘경기 둔화’도 이달까지 6개월째로 경기 회복을 위해 적재적소의 대응이 절실한 시기인데, 올 하반기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업의 전망이 35.5%로 감소 예상(5.6%)을 6배 이상 웃돌았다. 경기 하강기에 시급히 자금이 투입돼야 할 부문은 설비투자(38.7%), 원자재·부품 매입(32.3%)이 많고, 차입금 상환 비중(11.2%)도 세 번째로 높다.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34.3%), 정책금융 지원 확대(20.6%), 장기 자금조달 지원(15.9%)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주체인 기업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치도 15.6%를 차지했다. 

기준금리 임계치 기업 비중과 금리 상승기 이전 대비 이자비용 부담 [자료=전경련 제공/연합뉴스]
기준금리 임계치 기업 비중과 금리 상승기 이전 대비 이자비용 부담 [자료=전경련 제공/연합뉴스]

문제는 기준금리가 성장 동력을 되살릴 수준으로 유지될지 여부다. 제조업 대기업 10곳 중 9곳(86.0%)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현행 3.50% 수준으로 바라보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부터 4,5월에 이어 이달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긴축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스탠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2.7%)까지 둔화한 가운데 다시 역대 최대치로 증가한 가계부채 이슈와 금융 불안, 경기 둔화 상황 등 대내적인 요인에 방점을 찍고 정책금리를 반 년째 붙들어 맸지만 대외적인 변수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당초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 의지를 내비친 상태에서 이번 인상만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기록을 재경신해 2.0%p로 벌어지게 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이같은 연준의 인상 전망까지는 용인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오는 9월 또는 11월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경우엔 자본 유출, 환율 불안 우려가 더 커지면서 한은의 대응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FOMC회의를 앞두고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7월 인상이 파이널(마지막)’로 수렴되고 있는 가운데 비록 소수론이지만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9월보다는 11월로 통화긴축 종료 시점을 내다보고 있다.

다음달부터 10,11월 금통위를 여는 한은으로서는 하반기 내내 연준 변수를 점검해 최대 격차로 벌어진 금리 눈높이를 견줘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로서는 기준금리가 더는 오르지 않아야 예측 가능한 금융비용을 기반으로 하반기 성장 회복에 집중할 수 있기에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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