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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밀려난 '경기 저점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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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다시 커지는 대외 불확실성에 밀려 '경기 바닥론'이 쏙 들어갔다. 지난 7월 ‘경기 저점 통과’를 진단한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 회복세를 ‘수출 부진 완화’로 좁히면서다.

중국 경기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부진 완화 흐름을 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의 덫에 갇히면서 상반기 부진을 하반기 반등으로 만회하는 '상저하고'의 회복 시나리오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게 된다.

KDI는 7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월 '경기 둔화 진입'을 가장 먼저 진단했던 KDI의 경기 판단에서 최근 부각됐던 긍정론이 한결 옅어졌다. 6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고 평가한 뒤 7월에는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하자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에도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로 회복 흐름을 강조했지만, 이달에는 '수출 부진 완화'라는 표현으로 회복세를 한정했다. '경기' '경제' 단어가 사라지고 범위를 외수 부문으로 좁혀 개선세를 평가한 것이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최근 우려를 키우고 있는 회복 제약 요인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KDI는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서비스업 생산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수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그 외 품목의 수출도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라면서 경제 버팀목인 수출 부문의 개선세를 부각했다. 8월 수출이 11개월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감소 폭이 전월(-16.4%)보다 절반가량 줄어들며 한 자릿수(8.4%)를 기록한 만큼 내림세가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생산은 5월(-18.7%), 6월(-15.8%), 7월(-14.8%) 등으로 내림 폭이 축소된 가운데 지난달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 감소 폭(-20.6%)이 전월(-36.6%)에 비해 둔화된 것도 부진 완화로 평가한 요인 중 하나다.

경기 회복 리스크는 중국발 경기 부진과 요동치는 국제유가가 꼽힌다. 중국의 경기불안 우려가 점증하고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중국 경제는 부동산 기업의 금융불안, 부동산투자 부진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게 한국의 '경기 저점론'을 되돌리고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3일 현안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경제의 상호 높은 교역 연관성으로 경기 동조성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G20(주요 20개국) 경제성장률 상관관계 분석에서 중국만이 한국 성장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면서 같은 방향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도 대중국 수출증가율 수준(1~7월 -25.9%)이 지속될 경우 다른 요인들이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 올해 경제성장률(정부 전망치 1.4%)을 1.2%포인트(p) 하락시키는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경제는 2분기 이후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동반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입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정부의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5% 안팎) 달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전망치를 그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8월 무역지표는 다소 개선되면서 반등의 불씨를 살려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이날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8.8% 감소하면서 6월(-12.4%), 7월(-14.5%)의 두 자릿수 감소 폭을 대폭 줄였다. 5월(-8.0%)부터 4개월째 마이너스 흐름이지만,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8월 전망치(-9.2%)를 하회하는 둔화세를 나타냈다. 내수와 직결되는 수입도 전월(-12.4%)보다 감소 폭을 -7.3%로 줄이며 시장 전망치(-9.0%)도 크게 밑돌았다.

중국 수출입 증감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중국 수출입 증감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하지만 외수 감소세의 둔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어 중국 경기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의 레이먼드 영 대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무역지표 개선은 성장 안정화의 초기 신호"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수요도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중국 무역에 대한 희망의 단서를 던져줬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수입의 선행 지표인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지난달 -20%로 7월(-27.5%)보다 둔화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로이터는 지난주 주택 구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중앙은행(런민은행)과 최고 금융 규제당국이 일부 대출 규정을 완화하는 등 성장 촉진 조치를 발표한 것에 주목하면서도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회복이 둔화되고 가계소득 기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기 바닥론'에는 불안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궈타이쥔안인터내셔널의 저우하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무역지표가 예상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전체적인 모멘텀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며 "일반적으로 수치는 약간의 개선에도 역풍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중국의 무역 성장이 바닥을 찍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면서 부동산 불안, 국제유가 상승, 위안화 약세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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