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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수입물가 석달째 상승, 중동발 오일 리스크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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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9월 수입물가가 고유가 흐름을 타고 3개월째 상승했다. 지난달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세계 1,2위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요동치던 국제유가가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의 오름세를 불러왔다.

이달 들어서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다시 글로벌 유가가 들썩이며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의 ‘오일쇼크’를 맞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등 중동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가 싹트는 분위기다. 연말까지 3% 안팎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착을 목표로 하는 국내 물가 경로에도 불안이 되살아날 우려가 커진다.

중동발 유가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발 유가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9.67(2015년 100 기준)로 한 달 전보다 2.9%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 7월(0.2%), 8월(4.2%)에 이은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다만 상승 폭은 8월보다 둔화했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전년 동월 대비로는 9.6% 떨어졌다.

수입 물가 중 원재료는 광산품(6.3%)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5.7% 올랐고, 중간재는 석탄·석유제품(7.9%)과 화학제품(2.1%) 등이 오르며 2% 상승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0.7%씩 소폭 올랐다. 두 달째 4개 용도별 수입물가가 동반 상승으로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수물물가지수(119.56)도 반도체(플래시메모리 5.0%, D램 0.9%) 등의 상승으로 전월보다 1.7% 오르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입물가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8월에는 수출입이 같은 수준(4.2%)의 오름 폭을 보였지만, 9월에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수출 부문의 가격전이로 얻는 이득보다 수입 부문의 소비자물가 자극에 따른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수입물가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1~2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원자재, 자본재, 중간재 등 생산에 들어가는 매입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인 소비자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 한은이 9월 물가 상승률에 대해 올해 처음으로 “전망 경로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상황에서 오름세를 탄 수입물가의 파급력은 당분간 전체 물가의 상방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은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올 상반기 말 배럴당 70달러대를 유지했다가 7월에 80달러대 진입하더니 지난달엔 93.25달러까지 치솟으며 8월(86.46달러)에 비해 7.9% 뛰었다.

수입물가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수입물가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문제는 중동발 오일 리스크가 국내 물가 안정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산유 패권국의 감산 연장 발표로 요동쳤던 국제유가는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 이슈가 해소되면서 배럴당 8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전면 지상전 확대 우려로 다시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만 해도 16일 배럴당 91.13달러를 찍으며 90달러대에 재진입, 10월 평균가격은 88.92달러로 올라갔다.

오일쇼크로 세계경제 빙하기를 불러온 4차 중동전쟁 이후 꼭 50년 만에 최대규모로 충돌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진정 국면도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되면 세계 경제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기타 코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IMF 자체 모델링을 근거로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뒤에는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p)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지전, 대리전,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이라는 3가지 시나리오로 세계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적 분쟁에 그치는 경우 내년 인플레이션은 0.1%p 오르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0.1%p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레바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해 대리전이 이어진다면 유가 급등은 10% 올라 배럴당 94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0.2%p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0.3%p 뒷걸음질 하게 된다.

글로벌 9위 산유국인 이란이 참전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란이 전 세계 하루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면 파장이 최대로 커지게 되는데, 이 사태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1.2%p 올라 6.7%에 달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1.0%p 하락한 1.7%로 떨어지면서 1조달러가량의 손실을 지구촌에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국제유가의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전날 내놓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에 따르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유가 변동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2005년 이후 10차례 분쟁 지속기간이 최단 2일, 최장 49일에 그쳤다는 점에서 부각되는 단기전 시나리오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과 세계 수요 둔화 우려가 양립하면서 연말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으로 수렴한다.

제한적인 전선 확대로 장기화하는 국면에서는 중동 산유국의 개입 빈도가 높아지면서 10~20달러 안팎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돼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며, 이란과 충돌하는 장기전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영향으로 통상적인 전쟁 프리미엄(20달러)을 크게 웃돌면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급등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중동의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편에 서면서도 그간 공을 들여온 중동 데탕트(긴장완화) 시계를 되돌리는 확전만은 피하길 원하는 미국의 정치외교적 해법이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 해체 찬성 입장과는 별개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확전 억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또한 내년 석유 매장량 세계 1위국인 베네수엘라의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2019년부터 적용한 베네수엘라의 원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협정에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16일 국제유가는 일제히 반락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때 막대한 비축유 방출카드로 유가 진정세를 주도했던 미국이 이번엔 중미의 독재정권으로 눈을 돌려 고유가 상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40년 만에 맞은 최악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1년 만에 겨우 진정시켜놨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가도에 치명타가 될 유가 재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만은 막아야 하는 바이든 정부의 유가 리스크 헤지책이 얼마나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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