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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다시 커진 기대인플레, 고금리에 꺾인 집값 기대심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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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잦아들던 물가 불안 심리가 다시 커지고 소비자 경제심리는 더 위축됐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반등했고,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심리도 3개월 연속 악화했다. 

향후 금리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커지고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면서 내수 활력 회복은 제약을 받는 흐름이다.

잠잠하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이 4분기 첫 소비자동향조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3.4%로 한 달 새 0.1%포인트(p) 올랐다. 지난 2월(+0.1%p) 이후 3%대에서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상승 전환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과일 가게를 찾아 올해  크게 오른 사과를 구입하며 현장 물가를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과일 가게를 찾아 올해 크게 오른 사과를 구입하며 현장 물가를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째 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 급등 속에 경기 회복이 더뎠던 2010년 7월~2013년 4월(34개월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뒤 불안하게 요동쳤던 국제유가가 국내에서 물가 불안 심리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전쟁이 확전해 최악의 경우 글로벌 유가가 현재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00달러대 고유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키운 사태의 재연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근원물가와 함께 한국은행이 안정적인 물가 관리를 위해 주시하는 핵심지표로 꼽힌다.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7~9월 석 달 연속 3.3%를 유지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같은 기간 똑같이 3개월 연속 3.3%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상승 전환함에 따라 물가 진정세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7%로 높아지자 한은이 3%대 초반을 예상했던 물가 전망경로에 견줘 다소 높아진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불안한 중동 정세는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가가 하마스 사태 전에는 저희가 다시 연말까지 3% 수준으로 내려오고 내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중동 사태로 그 예측이 안 맞고 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를 경우 긴축 강화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변하기 시작하면 더 긴축을 하든지 조절을 하는데, 아직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변하는 동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다"면서도 "하마스 사태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르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반등과 더불어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물가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하락세를 보이던 물가수준전망CSI는 151로 9월보다 4p 높아졌다. 지난 3월과 같은 수준이 됐다. 2021년 11월부터 17개월 동안 이어졌던 150대에 재진입하면서 내년에도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인식이 반영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은이 이달까지 9개월째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금리 예상치는 더 올라갔다.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을 나타내는 금리수준전망CSI는 128로 전월보다 10p나 뛰었다. 이달 모든 CSI를 통들어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지난 1월(132) 이후 최고치이며, 오름 폭은 2021년 3월(104→114) 이후 최대치다.

기준금리는 동결 모드이지만 최근 장기물 국채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찍고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상단 기준 7%를 뚫는 등 시중금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고금리 예측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는 집값 눈높이를 끌어내렸다. 주택가격전망CSI가 108로 2p 떨어져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62로 시작해 지난달엔 110까지 가파르게 올라 지난해 5월(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꺾이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년 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준선인 100에 도달한 뒤 상승 예상 수위를 더욱 높여왔지만 이달 기대치가 떨어진 것이다. 경기 둔화기에 거의 유일하게 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CSI로 주목받아왔지만,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주택시장 재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낙관론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도 석 달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p 떨어졌다. 지난 7월 103.2까지 상승한 뒤 3개월째 하락세다. 내수 부진, 고금리 장기화에 중동 리스크로 커진 물가 불안 우려가 겹치면서 CCSI는 두 달째 긍정·부정을 가르는 기준값 100을 하회했다. 

특히 6개 구성지표 중에서 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CSI가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는데, 그만큼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6개월 전과 견준 경기인식인 현재경기판단CSI는 지난 7월 75에서 이달 64로 11p 내렸고, 현재와 비교한 6개월 뒤 전망인 향후경기전망CSI는 같은 기간 84에서 70으로 14p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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