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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장과 만난 연준, "소파 소굿" 자신감대로 금리인하 속도낼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2.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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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문제는 연준이 시장을 만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이 연준을 만날 것인가였는데, 연준이 점도표(적정금리 전망치)를 통해 시장과의 격차를 메웠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IB(투자은행) 씨티의 크리슨 비털리 북미투자 글로벌자산 책임자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면서 내년엔 세 차례 인하를 시사한 데 대해 내놓은 평가다. 연준이 조기 통화긴축 종료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연준이 마침내 시장에 다가갔다는 긍정적인 해석이다.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11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외치며 시장에 인하 기대는 접으라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경고를 던졌지만, 과속긴축 2년째 해넘이를 앞두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변신한 것이다. 연준이 시장의 웬만한 기대치에 부응하자 금융시장은 환호하며 ‘산타 랠리’로 화답했다.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정책금리를 지난 9, 11월에 이어 현재의 연 5.25∼5.50%로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3월 시작된) 긴축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 또는 그 부근에 도달했다”며 사실상 금리인상 종결을 시사했다.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FOMC 위원들의 관점”이라고 전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피벗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인데, 적정금리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점도표 공개로 연준의 완화적 기조 전환은 뚜렷해졌다. FOMC 위원 19명의 정책금리 전망치를 담아 분기마다 공개하는 점도표에서 내년 최종 기준금리 중간값은 4.6%로 현 수준에서 3차례 금리 인하(0.75%포인트)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금리 상승기에서 중간값 기준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공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시그널로 평가된다. 더욱이 석 달 전 예측(5.1%)보다 낮춰잡으면서 내년 금리 인하의 시기는 앞당겨지고 인하 속도도 빨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간 보수적인 연준의 스탠스로 볼 때 긴축 종료를 사실상 선언한 것만도 시장에는 호재인데, 금리인하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금리 눈높이 하향까지 현실화하자 시장은 반색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7000을 돌파했고, S&P(스탠다드&푸어스)500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4700을 넘어섰다. 나스닥지수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준발 산타 랠리가 이어졌다. 채권시장에서도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4.42%)는 전장보다 30bp((1bp=0.01%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글로벌 자산 벤치마크인 10년만기 미 국채금리(4.01%)는 18bp 내리며 4%선을 위협하는 등 채권가격이 치솟았다.

JP모건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NBC에 ”우리는 연준이 방향을 바꿀 때까지 1년을 기다렸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간 과도한 긴축으로 국제 금융시장 부진을 부르고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는 비판을 받아온 파월 의장이 올해는 ‘산타’로 변신했다는 호평을 받는 이유다.

연준이 긴축시계를 멈춰놓고 한동안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중시)’를 내세우며 시장과 줄다리기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보(牛步)’ 관측과 달리 해가 바뀌기 전에 피벗을 가시화한 ‘속보(速步)’는 그만큼 자신감을 보여준는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잘해냈다(It's so far, so good).”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계속 낮아지고 노동시장은 계속 균형을 되찾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간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 파 소 굿" 자평을 내놓은 것이다. 연준의 듀얼 맨데이트(이중책무)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지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연준 FOMC 위원들의 점도표. [그래픽=연합뉴스] 
연준 FOMC 위원들의 점도표. [그래픽=연합뉴스] 

특히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종전 2.6%에서 2.4%로 공식 하향 조정하면서 선제적인 통화정책 의지를 보였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화 목표치인 2%를 확인한 뒤에 기준금리를 낮추면 늦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피벗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정상화 차원의 기준금리 인하에 확신을 둔 것“으로 평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간 것을 본 후에 대응하는 것은 늦을 수 있으므로, 3%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하 개시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3%에 안착하면 기준금리가 5%일 경우 실질기준금리는 2%가 되므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2021년 물가 오름세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일축하는 바람에 지난해 40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에 대응하느라 지구촌에 큰 긴축 파장을 일으키는 초고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것과 반대로 물가 진정 국면에서는 실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상황 판단에 대한 연준 수장의 부담은 크다. 1970년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금리 인상으로 일단 잡아냈다가 섣부른 금리인하 탓에 괴물로 만들어버린 아서 번즈(1970~78년 재임) 전 연준 의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로 대응해야 했던 이번 인플레이션에 대해 “수요가 끓어 넘치는 고전적 수요 과부하 때문이 아니었다”고 진단한 만큼 정교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제는 물가 진정 속에 경제 연착륙을 모색하기 위한 피벗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그간 거리를 뒀던 시장에 바짝 다가가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FOMC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지지한다는 놀라운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애써 지우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인정하면서 선제적인 통화정책 확보에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공격적인 비둘기’로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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