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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매파적 동결'...추가 인상 '허세론' 누르는 현실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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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마침내 인상 중단은 ‘매파적 동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왔던 긴축시계의 스톱 버튼을 눌렀다. 15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의 신호를 보냈다. 연말 목표 금리 수준을 5.6%로 높이면서 연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스킵(skip·건너뛰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성명을 통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5.00~5.25%로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고물가에 대응해 제로(0)금리 시대를 접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무려 5%포인트(p)나 인상하는 과속 통화긴축의 발걸음이 멈춰 선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6월 9.1%로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이후 지난달 4%대까지 둔화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이 뚜렷해지자, 연준도 일단 숨 고르기 차원에서 일시멈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앞으로 통화정책의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누적된 금리 인상의 정책적 파급효과와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금리 동결이 일시적인 조치로 통화긴축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담아 분기마다 내놓는 점도표(dot plot)에서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긴축 기조가 반영됐다. 연말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 중간값을 5.6%로 제시하면서다. 지난 3월 점도표의 전망치(5.1%)보다 0.5%p 높아졌는데, 이는 연내에 금리를 0.25%p씩 두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내 금리 인하를 내다보는 위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말 금리 레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 위원도 2명에 그쳤다. 물가안정 목표(2%)를 향한 긴축 스텝은 6월 일시중단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신들의 분석으로는 이번 FOMC 회의 직전까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가 팽팽하게 긴축 경로에 대해 대립해 왔다. 물가 재앙등의 불안요인을 뿌리째 잘라낼 때까지는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매파의 요구와 과도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비둘기파의 신중론을 절충한 것이 동결 결정과 점도표 레벨 상향에 반영된 모양새다. 일단 금리 인상은 일시 중단하되 점도표 상에서는 인상 가능성을 명시하면서 만장일치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매우 호키시한 스킵(매파적 건너뛰기)”라는 평가(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가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동결‘ 결정에 대해 ‘건너뛰기’와 ‘허세(bluff)’라는 평가가 교차한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뉴욕 포워드 폰즈( FWDBONDS)의 크리스토퍼 러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요 며칠 동안 연준의 금리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믿음이 퍼졌는데 연준의 추가긴축 시사에 시장은 실망했다”며 “최종 금리를 5.75%로 50bp((1bp=0.01%p) 더 올림에 따라 금리에 대한 길고 구불구불한 길은 조금 더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아직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수정 점도표에 따라 추가 인상 전망 시계는 7월과 9월에 맞춰진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7월 말 차기 FOMC 회의에서 25bp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고무적인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9월 인상은 필요치 않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마이클 개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탄력성과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어질 것”이라며 “연준이 7월에 25bp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이 오는 11월 마지막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지만, 9월에 추가로 25bp 인상해 최종금리는 5.5~5.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이 계속 약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준의 추가 인상 신호는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며 엄포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허풍이 아니고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일각의 ‘허세론’ 평가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현실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예측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7월 25bp 인상 전망치가 전날 60%에서 70%대로 올랐다. 9월, 11월 가장 높은 금리 예상 구간도 5.25~5.50%로 각각 60%대로 높아졌다. 올해 남은 네 차례 FOMC 회의에서 최소 25bp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의 'MLIV 펄스 서베이'에 나타난 기준금리 
블룸버그통신의 'MLIV 펄스 서베이'에 나타난 기준금리 종료, 인하 시기 및 경기 침체 가능성 응답 비율. [사진=블룸버그통신 홈페이지 캡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에서도 추가 인상론이 퍼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MLIV 펄스 서베이'가 연준의 동결 발표 직후 자사 단말기 사용자 2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현재 정책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그간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연준의 피벗(정책기조 전환) 전망 시기도 그만큼 늦춰지는 상황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묻는 질문에 55.6%는 내년 2분기 이후로 내다봤고, 34.5%는 내년 1분기로 점쳤다. 올 4분기 인하 전망은 9.9%에 머물렀다. 그동안 시장에서 점증해 왔던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시기 상조“라고 일침을 놓았던 파월 의장이 이날 회견에서 ”금리 인하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응답자의 61%는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내년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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