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소비자물가 반년 걸려 2%대, '과일값 피로' 누적된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2.02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해가 바뀌면서 2%대로 둔화했다. 새해 첫달 2.8% 오르면서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개월 만에 3%대 아래로 떨어졌다.

1년 전 5.0% 상승의 기저효과로 석 달째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도 지속됐지만, 신선과실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2.4%) 이후 반년 만에 2%대로 돌아갔다. 지난해 2~3월 4%대, 4~5월 3%대, 6~7월 2%대로 계단식으로 둔화하다가 8월(3.4%)부터 3%대에서 횡보해 왔다. 10월 3.8%까지 올라선 뒤 11월(3.3%), 12월(3.2%)로 둔화하다가 새해 들어 연간 전망치(2.6%)에 육박하는 2% 후반대로 꺾였다.

신선과실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 용산용문시장 한 과일가게에서 배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선과실 물가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 용산용문시장 한 과일가게에서 배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빼고 작성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오름세도 1년 전 4%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로 크게 꺾였다.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2.6% 올라 6개월 연속 3%대 상승 터널에서 벗어났다. 전월보다 0.5%포인트(p)나 떨어졌다. 1월 오름 폭은 2021년 11월(2.4%)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올랐는데, 이 역시 2021년 12월(2.2%)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월보다 0.3%p 낮아진 이 국제 근원물가 지표는 석 달째 2%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1년 전 고물가 수준에 따른 기저 영향으로 지표상 물가 지표의 둔화가 이렇듯 두드러졌지만,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부문별 온도차를 보이는 경기회복 상황과 비슷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지표상 경기회복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부문별 온도차가 커서 아직 '체감할 수 있는 회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수출 회복세에도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둔화 흐름을 보이는 경기와 마찬가지로 물가 부문에서도 석유류 가격 하락에 비해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체감할 수 있는 안정’이 뚜렷하게 다져지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물가 진정세에 걸림돌이 됐던 석유류는 1년 전보다 5.0%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p 떨어뜨린 반면 농산물은 15.4% 오르면서 물가를 0.59%p 밀어올렸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8.0% 오른 가운데 농산물은 15.4% 올라 지난달(15.7%)에 이어 두 달째 15%대 상승률을 보였다. 과일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겨울철 한파 등의 영향으로 과실(28.1%), 곡물(9.2%), 채소(8.8%) 등이 오른 영향이다.

최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과일과 채소가 전체 물가 진정세의 체감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선식품 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신선식품 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가 3.4% 올라 석 달째 3%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중 식품은 4.9% 급등했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나 치솟았다. 1월 기준으로 2017년(15.9%) 이후 7년 만에 최대 오름 폭이다. 지난해 10월(13.3%)부터 4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는데, 이는 2022년 7~10월 10%대 상승 이후 처음이다.

신선어개와 신선채소는 각각 2.0%, 8.9% 오른 반면 신선과실은 28.5% 폭등해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신선과실은 전년 동월 대비로 사과(56.8%)나 딸기(15.5%), 배(41.2%) 생산량이 감소한 것과 귤(39.8%)에 대한 높은 수요가 맞물리면서 몇 개월째 물가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업제품(1.8%)과 서비스(2.6%) 물가에서 먹거리 부문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다. 가공식품 가격은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른 소주 유통가격 인하 등 영향으로 3.2% 올라 전월보다 상승 폭이 1%p 낮아졌다. 외식 물가는 4.3% 올랐는데, 상승 폭은 2021년 11월(4.1%)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견줘보면 먹거리 물가에서 유독 농산물, 특히 과일물가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과일값은 설 명절과 맞물려 장바구니를 홀쭉하게 만들어 자칫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밀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1년)은 지난해 마지막달 3.2%로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높은 과일가격 ‘피로’가 누적돼 소비자들의 물가 눈높이가 낮아지지 않을 경우 물가 당국이 우려하는 불안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가 커지면 소비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성수품 공급 확대, 할인 지원 정책 등을 밀착 관리해 16개 설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과일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인 590억원 반영한 데 이어 이날 1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도 8000톤 확대해 향후 수급 불안에도 선제 대응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