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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동시인상에 '물가-임금·가격 전가' 악순환 이어진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6.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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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다음달부터 전기·가스요금발(發) 공공요금 인상이 단행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공장가동 등 산업활동에서 가장 기본적인 비용이고, 일상생활에서도 필수적인 기반비용이어서 상품과 서비스 등의 물가에 전방위로 미치는 영향이 큰 게 전기요금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공공요금이다.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정부가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공공요금마저 ‘인상의 둑’이 터지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조에 달한 국내 물가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임금인상 요구는 커지고, 이를 수용한 기업이 제품가격에 그 인상분을 전가하면서 다시 물가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올해 들어 밀어닥친 고물가 기조 속에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제품가격·임금 인상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은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h(키로와트시)당 0원에서 5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산업용을 비롯한 용도별 전기요금도 ㎾h당 5원 오르게 됐다. 정부는 올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7조8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의 연간 영업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전의 자구 노력을 압박하면서 최소한의 인상을 허용했다.

가스요금도 다음달부터 오르는데, 정부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당(MJ) 1.11원 인상키로 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입단가 상승, 환율 변동 등의 영향으로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단행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라 4인 가구의 경우 전기요금은 월평균 사용량 307kWh 기준 월 1535원 늘고, 서울시를 기준으로 가구당 가스요금은 월 2220원 오르게 된다.

다만 정부는 철도요금, 도로 통행료, 우편요금, 광역상수도요금 등 나머지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기·가스요금 동시인상은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5.4%)를 기록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그중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6% 올라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전기요금(4월)과 가스요금(4,5월)이 잇따라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물가상승률 5.4%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0.32%포인트로 그 비중은 5.9%였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에서도 5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1년 전보다 16.7% 상승하며 올해 내내 10%대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력이 10.4%, 도시가스가 35.5%가 올랐다.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6월 물가 상승률이 6%선을 넘어서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악의 물가를 접하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6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6~8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고물가 기조를 예상했다.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만큼 이번 전기·가스요금 동시인상으로 고물가 심리가 심화된다.

전기요금의 경우 기업들도 비용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량 29만1333GWh(기가와트시, 100만kWh)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봐도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1조4567억원 늘어나게 됐고, 그만큼 수익성 하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렇게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의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 기업 10곳 중 7곳(69%)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업 모두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응해 가격을 올린 기업들의 인상폭은 20%미만(43.1%), 20~60%(17.2%), 60∼100%(7.5%) 순이다. 대다수 기업(86%)은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을 예상했는데, 그 대응 방안(복수응답)으로는 가격 인상(60.9%)이 가장 많았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기업 중 53%는 ‘올해 내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미 가격전가를 한 기업 10곳 중 4곳의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 가격전가를 예정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선택지를 더욱 좁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미전가 기업의 경우도 치솟는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대응해 지갑을 완전히 닫아버리게 되면 수익성 개선은커녕 매출 급락이 불가피한 만큼 적절한 시기를 따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평균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2~5%'가 57.3%로 가장 많았는데, 올해 인상률이 2%에 못 미치는 기업(25.7%) 10곳 중 7곳은 “내년 임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하반기 이후 물가 예상과 대응 방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자료=한국은행 제공]
기업들의 하반기 이후 물가 예상과 대응 방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자료=한국은행 제공]

물가 앙등 국면에서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임금 인상 요구는 가격 전가의 중요 변수가 된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가 물가와 임금·제품가격 전가다.

물가 상승에 맞춰 급격히 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제품가격에 전가해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연쇄 상승’ 사이클이 우려되는 것이다.

추 부총리가 재계에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한 이유다. 그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 조찬 간담회를 통해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주고,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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