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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치솟고 경기전망은 어둡고...'기회비용론'으로 보는 빅스텝 가능성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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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현재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위기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고물가 속 경기 둔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다.

소비자들이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물가상승률인 ‘물가인식’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데 이어 향후 1년간 예상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폭도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물가 앙등과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지갑이 홀쭉해 탓에 소비자들의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도 16개월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이같은 고물가 기조가 앞으로도 1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과 함께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마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통화당국으로선 가장 크게 관리 초점을 맞추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이같이 빠르게 커지는 반면 경기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는 만큼 물가잡기 대응수단인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놓고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대폭으로 오른 3.9%로 집계됐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대폭으로 오른 3.9%로 집계됐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집계돼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5월(3.3%)보다 0.6%포인트(p)나 뛴 상승폭은 2008년 7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종전 기록(2011년 1월 0.4%p)를 뛰어넘는 최대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2월 2.0%를 찍은 이후 1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오다 지난 4월부터 석 달째 3%대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인 물가인식도 4.0%를 기록,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전월 대비 상승폭도 0.6%p로 역대 최대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4,5월에 2~3%, 3~4% 구간이 20%대씩으로 가장 많았지만 6월엔 1% 이상 각 구간이 모두 10%대로 분산됐고, 특히 4% 이상 구간이 늘어난 게 특징이다. 5월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였던 4~5%(14.1%), 6% 이상(14.4%) 구간이 두 자릿수로 늘어나면서 상승폭도 6.0%p, 5.2%p를 기록할 만큼 고물가 기대심리를 끌어올렸다.

금리수준전망지수(149)도 5월(146)보다 3p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선제적인 인플레이션 방지책으로 올해 들어 1,4,5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1.75%까지 올랐지만 고물가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심리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하락 예상치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도는데, 지난 1월(139)에 비해 반년새 10p나 높아진 것은 그만큼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인식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를 접으면서 계단식 금리 인상으로 긴축 속도전을 펼쳐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 레벨과 같아진 상황에서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외국계투자금 이탈, 환율불안 심화 등을 우려한 한은의 금리인상 대응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경기 둔화 가능성은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년 4개월 만에 기준선 100을 밑돌면서 확인됐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보다는 소비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낮으면 비관적임이라는 뜻인데, 6월 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p 떨어진 것이다. 2021년 2월(97.2)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하회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인 현재생활형편(87)·생활형편전망(88)·가계수입전망(97)·소비지출전망(114)·현재경기판단(60)·향후경기전망CSI(69)도 모두 한 달새 낮아졌다. 특히 경기와 관련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반영된 지수들의 급락이 도드라졌는데, 향후경기전망, 현재경기판단CSI는 각각 15p, 14p나 떨어졌다.

기대인플레이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기대인플레이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이같이 기대인플레이션은 커지는 반면 경기 전망은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한꺼번에 물가와 경기에 대응할 묘책이 내놓을 수는 없기에 일단 방향을 물가 안정에 잡은 만큼 다음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해졌다. 다만 그 폭이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0.5%p 인상)’으로 커질지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다.

한은이 1999년 기준금리를 주된 정책수단으로 도입한 이후 굳어진 '베이비스텝(0.25%p 인상)' 관행을 깰지는 다음달 초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CPI가 6%대까지 찍게 되면 사실상 한은의 ‘큰 걸음’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7월 긴축 행보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은 엇갈린다. 최근 씨티그룹, JP모건은 빅스텝 가능성을 점친 반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4회 연속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대체로 한은이 빅스텝으로 '긴축의 뉴노멀(새 기준)'을 열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유진투자증권은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8월에도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금리인상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시각인데, 이는 중앙은행의 역할론과 맞물려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빠른 긴축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책무이며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 침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중앙은행은 긴축 목표가 인플레이션인 경우 ‘경기의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우가 그렇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언제 시행되느냐에 따라 '경기의 희생'이라는 기회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위한 긴축이라면 좀 더 이른 시기에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 잃는 것이 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는 인플레이션의 누적으로 이미 둔화되는 사이클에 진입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둔화의 정도는 더 심해진다는 점을 들어 ‘기회비용’ 차원에서라도 속도 있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7월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은 높게 열려 있으며 물가 경로에 따라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 관련 분석 [자료=하나금융투자 제공]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 관련 분석 [자료=하나금융투자 제공]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상승-성장둔화' 공방전 관점으로 이날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최고치 결과에 주목하면서 한은이 빅스텝에 한발짝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은 2007년 11월 3%를 기록한 이후 11개월 뒤인 4.6% 정점에 도달했고, 2010년 7월 3%에 재차 도달했을 때도 4.3% 정점까지 13개월 소요된 바 있다”며 “과거와 이번 사이클 모두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라간 기대인플레이션은 안정기까지 1년가량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헤드라인 CPI 전년비 증가율도 3%를 상회했던 지난 4차례 시기를 보면 3%를 하회하는데 평균 20개월이 소요됐다”고 분석했다. 

6월 CPI까지 6%대를 기록한다면 빅스텝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내다본 김 연구원은 “현 통화정책 기조가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인 만큼 여름 중 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물가가 6% 중후반을 기록한다면 8월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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