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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연준발 금리인상 종료론...긴축시계 재가동은 어려울진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5.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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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몇 번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policy firming·금리인상)가 적절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일(현지시간) 10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정책결정문에서 뺀 가이던스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1년 넘게 초긴축을 주도해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문구의 삭제에 대해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추가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로이터통신)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시장에서는 사실상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마침내 긴축 종결론을 시사했지만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틀 일정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5~5.25%로 0.25%포인트(p)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가파른 통화긴축에 나선 이후 10회 연속 금리인상이다.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까지 단행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물가 둔화세를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나서 이번까지 3회 연속 베이비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조절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동결에 관련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FOMC 위원들의 전망을 근거로 연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향후 추가 정책강화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서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명시적인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그간 누적된 긴축 정책효과를 점검하고, 침체 우려가 커지는 경기 상황과 미 지역은행들의 잇따른 붕괴사태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반영하겠다는 방향으로 조정한 것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 글로벌 IB(투자은행) 제퍼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어조는 연준의 기대가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고 암시한다”며 “추가적인 '정책 강화'에 대한 강조가 없어져 정책결정 성명서의 언어는 지금까지 누적된 긴축의 후행 효과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평가했다.

성명서에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한 정도를 결정할 때"라고 언급된 것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2006년 긴축 기조를 멈췄을 때를 연상시키는 언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돼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전날 82.8%에서 인상 발표 뒤 95.6%까지 높아졌다.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라는 피봇(태도전환)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이후 FOMC 회의에서도 7월 인하(51.9)% 전망이 동결(45.8%)보다 우세하고, 9월에는 25%p 인하(47.4%)에 더해 0.5%p 인하(28.5%)까지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같이 6월 동결론이 커지면서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대응 고민 수위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미 금리 격차 수준만 놓고 보면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세 번째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5.25%까지 오름에 따라 지난 2,4월 3.5%로 연속 동결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1.75%p로 사상 최대치로 확대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미 정책금리 인상과 관련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면서 “'조건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중소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커진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더불어 시장 교란 행위,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함에 따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상황별로 면밀히 공조 대응에 나선다면 ‘기계적인 금리차 축소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한은으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이론적으로는 한미 금리 격차로 외국인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도 불안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전망이 확산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쳐온 달러화 강세가 약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실제로 연준의 긴축 종료론이 달러화 약세로 반영되면서 최근 재급등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보다 15.4원 내린 1322.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주 만에 1320원대로 진정된 것이다.

5월 금통위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이같이 원화 가치가 안정화된다면 경기 둔화 상황과 금융시장 리스크 측면에서 한은이 3회 연속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데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수출 감소,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깊어지는 가운데 나라의 경제체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까지 지난 1·2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1분기 0.3%에 머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가 되살아나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지는 만큼 금리 동결은 적어도 경기 부양으로 정책 전환을 이루는데 기반이 된다.

미국의 지역은행 부도사태가 글로벌 금융 불안을 키운 것은 기준금리 과속인상의 청구서로 평가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 취약한 금융 부문에서 불씨를 키워 금융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서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중·소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업권에서 취약성이 가장 크게 부각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취약부문에서 유동성 부족 사태로 둑이 터지게 되면 전체 금융권을 뒤흔들어 경제위기보다 파괴력이 큰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하면서 큰 틀에서 한은의 물가전망 경로에 부합한 것은 금리 동결 유지의 중심 근거가 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인상을 마지막으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인상은 쉬었다가 다시 하기 어렵다. 인상을 쉬어도, 그전까지 누적된 인상 효과가 경기에 주는 부담은 멈추지 않는다. 쉬었다가 재개하는 인상의 기회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쉬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에는 인하로의 기조 전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일시 중단된 긴축시계의 재가동은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다. 1년 5개월 만의 동결 전망이 커지는 연준이나 이미 두 차례 동결한 한은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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