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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눈높이 더 낮춘 한은, '경기'에 부담 주는 기준금리 3연속 동결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5.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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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기준금리 인상시계는 시장의 예상대로 3연속 멈춰섰고, 경제성장 눈높이는 통화정책 수장의 예고대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를 유지했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소폭 낮췄다.

한은이 최우선 관리책무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 물가경로에 맞춰 둔화세에 접어드는 신호들을 확인하고 만큼 경기에 영향력이 큰 정책금리를 2,4월에 이어 3.5%로 묶음으로써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 커지는 저성장 탈출을 위한 정책여력 확보에도 숨통이 틔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하지 않느냐“며 지난 1월까지 1년 반 동안 3.0%포인트(p)나 끌어올린 가파른 금리인상 시계에 스톱 버튼을 누른 지난 2월부터 3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그때부터 역대급 통화긴축의 정책효과를 살펴온 결과 여전히 물가는 안정목표(2% 상승)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진단으로 넉 달째 둔화기를 맞고 있는 국내 경기에 초점을 맞춰 동결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지고, 미국발 통화긴축 종료론도 확산하면서 국내 경기 둔화기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금리 인상이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압도적인 응답으로 현실화된 기준금리 동결 예상은 지난달 83%에서 이달 89%로 높아졌다. 그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시장의 인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회복에 부담을 주는 금리 인상이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단계에서 시장의 관심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뤄질지 여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에서 "국내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 기간 긴축기조 유지'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 또는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역대 최대 수준(1.75%p)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이번 금통위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급격한 환율 불안이나 교과서적으로 우려되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의 추가대응의 필요성이 상쇄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 3연속 정책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역성장한 전분기(-0.4%) 대비 0.3% 증가로 ‘기술적인 경기 침체’를 겨우 피했지만 무역전선부터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 수출이 7개월 연속 뒷걸음질 친 가운데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달러에 달해 연간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지난해 적자규모(478억달러)의 60%를 웃돌았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3월에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하는 것으로 겨우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리오프닝(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중국경제가 내수 위주로 회복 경로를 밟는 바람에 주로 중간재를 중국에 파는 한국의 수출 길은 여전히 넓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위축된 경기를 반영해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 전망치를 석 달 만에 2%p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가 지난 22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올해 경기의) '상저하고'(하반기에 반등)가 완전히 안 일어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정부의 경기회복 예상경로에 대한 신뢰를 보였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를 예상했는데 소폭 낮출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눈높이를 낮췄다. 한은의 성장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1.7%, 지난 2월 1.6%로 낮아진데 이어 이번에 1.4%까지 내리면서 조정 폭이 다소 커졌다.

같은 기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조정(3.6%→3.5%→3.5%)이 크지 않았다는 점과 견줘보면 물가 진정의 변동성은 확실히 해소되고 있는 반면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 발표를 통해 지난해 12월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GDP 성장 전망치(1.6%)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 통방문에서 "앞으로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 IT(정보기술) 경기 부진 완화와 중국 경제 회복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면서도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 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 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 경기 흐름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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