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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준금리 인상 '일시중단'과 '건너뛰기' 사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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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기준금리 인상 중단은 통상 금융시장에서 통화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 시점으로 관심이 전환된다. 통화정책당국은 섣부른 피벗(금리인하로 전환)에 일침을 놓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지난 2,4,5월 3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커지는 긴축 종료론으로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9일 2641.16로 연중 신고점을 경신하며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40여년 만의 과속 긴축 스텝을 밟아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도 종결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의 경우 지난 8일(현지시간) 1948년 이후 가장 긴 약세장을 접고 강세장 영역에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금리 인상 중단으로 유동성이 다시 확대돼 위험자산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한미 증시 상승의 토대가 된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신화/연합뉴스]

산을 오를 때보다 하산할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처럼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기를 접을 때 신중하기 마련이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통화정책 수장이 금리 인하의 시기상조론을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현행 연 3.5%의 기준금리를 3번째 묶으면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텐데 지금 거짓으로 겁만 준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리는 옵션을 얼어놨고, 물가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호주도 홀드(동결)하겠다고 해서 안 올릴 줄 알았는데, 지난달 (금리를) 올렸다. 한국이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과도한 시장의 기대에 대한 이 총재의 일침대로 호주는 5월에 이어 지난 6일에도 금리를 또 올렸다. 지난 4월 10번 연속 인상 고리를 끊고 난 뒤 2연속 인상으로 금리를 4.1%까지 끌어올렸다. 캐나다도 다음날 깜짝 인상을 재개했다. 지난 1월까지 8연속 인상 뒤 2연속 동결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다시 인상시계를 4.2%에 맞춰놓았다. 두 나라 모두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이 지속되자 ‘동결 뒤 인상 재개’를 선택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축통화국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통화긴축에 각국의 동조화가 이어졌지만, 금리 동결과 인하는 ‘각자도생’의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번 사례를 계기로 흔들리게 됐다. 나라별로 경기 부진과 물가 진정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처럼 선제적으로 동결 모드에 나서는 나라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가 발걸음을 되돌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끝장 승부를 보려고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현재 사상 최대의 한미 기준금리 격차(상단 기준 1.75%포인트)가 더욱 벌어져 인상재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연착륙하는 단계이고, 최근 환율도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연준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워지게 될 수 없는 이유다.

연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 총재가 시장의 기대에 엄포를 놓고 있지만, 연준은 기대 억제 수단을 찾았다.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그간 사용해오던 ‘일시중단(포즈·pause)’ 라는 용어 대신 최근 ‘건너뛰기(스킵·skip)’란 표현을 쓰면서 시장의 피벗 기대감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목표(2%) 경로로 접어드는 추세를 확인하기 어렵기에 인플레이션 대응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경기 침체 우려도 살펴야 한다는 비둘기파(긴축 반대)의 격론이 연준 내에서 치열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스킵’은 통일된 연준 스탠스를 반영하기 위한 절충점으로 풀이된다. ‘포즈’는 시장의 예상대로 6월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계속 인상이 중단되는 뉘앙스로 풍겨 인하 기대감을 높인다. 반면 ‘스킵’은 6월은 인상을 건너뛰어도 7월 이후에는 언제든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해 시장과의 소통 측면에서 연준의 정책기조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금리 추이와 연준 금리전망 변화. [자료=유진투자증권 제공]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금리 추이와 연준 금리전망 변화. [자료=유진투자증권 제공]

이렇듯 용어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시장 참여자의 심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이날 기준금리 예측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6월 금리 동결 전망이 73.6%로 0.25%포인트 인상 전망(26.3%)을 세배가량 웃돌지만, 7월 25%포인트, 인상 확률은 53.3%로 동결(31.6%)보다 높아졌다. 9월 인상 확률도 51.5로 절반을 넘어섰다.

6월 금리 동결 여부의 변수는 FOMC 회의 첫날 나오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지난해 7월 41년 만의 최고 CPI 상승률(9.1%)로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이후 지난 4월엔 4.9%까지 내린 가운데 월가에서는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전월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등 많은 기관에서 지난해 3월 이후 10연속 인상을 통해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기준금리(5.00∼5.25%)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1년 만의 고물가에 대응한 과속 긴축에 따른 정책효과를 점검하는 첫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도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동결 결정과 유사하게 6월 FOMC 회의에서 ‘매파적 동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금융 안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지만, 인상 기조가 완전히 끝났다는 시그널로 시장에 안도감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인상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의 안도감이 곧 피벗 기대로 연결되면서 정책 효과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연준이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 캠페인에서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더라도 인상 종료와 동일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고 해서 올해 남은 기간에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시장은 (금리 인상이) 일단 중단되더라도 연준이 추가로 올릴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의 건너뛰기를 통한 추가 금리 인상 시 한은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추가 한차례 인상은 국내 시장에도 이미 반영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이후 원·달러 환율(12일 1288.3원 마감)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어 외환 부문 불안에 따른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으며,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선택한 (금리 인상) 재가속의 배경(물가와 임금 상승)도 대내 여건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연내 3.50%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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