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예금 쌓거나 헐고, 대출 갚거나 줄이고...경기둔화에 쪼그라든 가계·기업 여윳돈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7.06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쓸 수 있는 여윳돈이 1년 새 14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고금리 속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서둘러 갚은 반면 수출 부진 장기화로 자금사정이 나빠진 기업은 예금을 헐어 쓰고,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세수가 감소한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앙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당겨써야 했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정부의 여유자금인 순자금운용액(자금운용액-자금조달액)은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최저수준인 1조2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액은 1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9000억원 줄었다. 1분기 순자금운용액은 2020년 2분기(-1조4000억원) 이후 11개 분기에 최저치다. 2011년 1분기(-2조9000억원)와 2분기(-1조원), 2010년 1분기(900억원) 등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적은 규모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증권·펀드, 보험·연금준비금 등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여유자금을 뜻한다. 플러스(+)이면 순자금운용,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일컫는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운용액이 플러스(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운용액이 대체로 마이너스(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올 1분기 전체 순자금운용액 규모의 급감은 이같은 자금 수요·공급 방향이 틀어진 것을 보여준다. 높은 금리 수준에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원활한 자금운용·조달 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가 예금을 쌓고 대출을 갚았다면, 기업은 대출을 자제하고 예금 인출을 늘렸으며, 정부는 국채 발행 확대 대신 한은 차입금을 늘린 것이다.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1분기 순자금운용액은 76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분기(81조원) 이후 최대 수준이며, 역대로는 두 번째 큰 규모다.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로 저축성예금(50조2000억원)과 채권(4조6000억원) 운용액은 1년 전보다 각각 7조9000억원, 6조원 증가한 반면 주식 운용액(-2조9000억원)은 1년 새 15조원 넘게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지표에서 최근 회복 단서가 엿보이고는 있지만 지난 2,3월만 해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연속 줄어드는 등 주택 투자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한은 기준금리가 2월 동결모드에 들어간 터라 1분기 대출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대출 수요가 꺾였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줄었는데,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첫 감소다. 주택 거래 부진과 고금리로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하고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본격화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증가했던 가계대출이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1분기 가계 자금조달은 7조원 줄어 1년 전(+24조4000억원)과 견줘 31조4000억원 급감했는데, 그 가운데 대출이 11조3000억원 줄어 1년 전(+21조4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1분기 가계 조달과 대출 수준은 모두 역대 최저치다.

가계 조달과 대출이 감소한 것은 새로운 국민계정체계(2008 SNA)을 적용하기 시작한 시점인 2009년 1분기(조달 –2조1000억원, 대출 –14조원) 이후 처음이다.

경제주체들의 자금운용과 조달 차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경제주체들의 자금운용과 조달 차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기업의 자금운용과 조달은 모두 줄었는데, 운용 감소가 더 커서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 자금운용 면에서 비금융법인의 현금·예금은 -46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82조5000만달러)보다 급감했는데, 높은 금리 부담에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에 빠져든 수출 부진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축소되면서 예금에 넣어두었던 돈을 대거 인출한 데 따른 감소로 분석된다.

대출 등 자금조달은 -3조9000억원으로 1년 전(117조8000억원)보다 100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조달 규모가 42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원 증가했다. 대출은 1년 만에 36조5000억원 줄어든 1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자금사정이 악화했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다 보니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일단 예금부터 헐어 버틴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정부의 경우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등에 국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10조7000억원에서 23조1000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넘게 커졌다. 2020년 2분기(-36조3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분기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111조1000억원)에서 크게 줄며 100조원선이 무너졌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46조8000억원→29조5000억원)은 줄이는 대신 금융기관, 즉 한국은행 차입(11조6000억원→31조원)을 세 배가량 늘렸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한은 일시 차입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