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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늘지 않는데...부동산 투자에 메말라가는 가계 여윳돈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0.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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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쓸 수 있는 여윳돈이 1년 새 4조원 넘게 줄어 반토막 났다. 올해 2분기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해 투자를 주저하고 정부는 경기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로 지출을 줄이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쪼그라들었지만, 자금 공급 역할을 하는 가계의 여유 자금이 크게 감소했다.

소득 회복 흐름이 주춤한 상황에서 소비가 증가하고 부동산 투자 심리도 살아나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24조원 줄어들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5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주택시장 회복세에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쪼그라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시장 회복세에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쪼그라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국내부문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000억원) 대비 4조2000억원 축소됐다.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연금·펀드·주식 등의 금융자산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여유자금을 뜻한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운용액이 플러스(순운용)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 등을 통해 순자금운용액이 대체로 마이너스(순조달)를 보이는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28조6000억원으로 1년 전(52조9000억원)보다 크게 줄어 2021년 3분기(20조3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자금운용액(89조원→44조4000억원)의 감소 폭이 자금조달액(36조1000억원→15조8000억원)의 축소 폭에 비해 더 커지면서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가계 부문의 순자금운용액은 76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12조1000억원 증가, 2020년 1분기(81조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한 분기 만에 급감한 것이다.

가계 소득의 회복 흐름이 더딘 가운데 고금리 상황에서도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주택가격 회복세에 부동산 투자가 살아나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줄면서 8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분기(-1.3%)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물가 영향으로 실질소득은 3.9%를 줄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소득 감소에도 소비 증가세는 지속됐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5만2000원으로 4.1% 증가했다. 이 중 소비지출은 해외여행 등 오락·문화 지출(14.0%)을 중심으로 2.7% 올라 10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 폭은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소득에서 세금·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은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2.8% 줄었다. 고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늘면서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인 것이다.

가계부문의 분기별 여유자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가계부문의 분기별 여유자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가계가 빌린 돈은 1년 전보다 20조원 넘게 줄었지만 전분기(-7조원)에 비해서는 늘어났는데, 주택투자 회복으로 장기대출을 중심으로 직전 분기 대비 증가 전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2분기 7만5000호에서 1년 만에 9만4000호로 늘어난 것도 대출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보인다. 장기대출금이 11조5000억원으로 전분기(-4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로 돌아섰다. 다만 1년 전(32조2000억원)에 비해서는 3분의 2 가까이 축소된 규모다.

여윳돈이 줄어들면서 굴리는 돈도 반토막 났다. 특히 예금이 1년 전 39조3000억원에서 28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주식은 24조6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채권은 9조1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자산 구성에서는 예금이 44.5%로 가장 많았고 보험·연금준비금(27.0%), 주식(20.1%), 채권(3.1%) 등이 뒤를 이었다.

일반기업을 뜻하는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52조4000억원에서 21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빌린 돈이 198조1000억원에서 98조1000억원으로 감소했고, 굴린 돈도 145조7000억원에서 76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부진 속에 대출수요가 위축돼 금융기관차입액(17조3000억원)이 1년 새 50조원 가까이 감소하고, 채권발행(4조원)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2조3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경기 둔화로 국세수입이 감소(107조2000억원→91조5000억원)했지만 지출(178조3000억원→135조9000억원)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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