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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평가 속 가계빚 급증에 커지는 금융불균형 우려...'질서있는 디레버리징'의 길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9.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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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통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에 진입해 있을 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발생 이후 한 번도 디레버리징 과정 없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기준금리 인상 충격파가 밀려든 지난해 4분기, 올 1분기에 포괄적 가계빚인 가계신용 잔액이 일시 감소했다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며 2분기 말 1862조8000억원까지 불어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 기준 103.4%로 가계가 떠안은 빚이 국가경제 규모를 웃돌며 주요국 중 버금자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가 숨 가쁘게 3.0%포인트(p)나 오른 고금리(연 3.5%) 상황에서도 가계빚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실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금융안정도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CG)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부동산 시장(CG)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요즘처럼 경기 둔화기를 지날 때 급격한 부채 축소는 소비 위축을 불러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빚 줄이기가 멈춰 선다면 늘어난 가계부채가 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해쳐 경제 회복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금리를 동반한 경기 하강기에 ‘질서 있는 디레버리징’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가계부채의 연착륙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정책 지향점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임사에서 밝힌대로 제 장기적 목표 중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며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은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9월)에서도 가계부채 연착륙 화두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 등 피벗(정책전환)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 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의 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부동산이 지목됐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지속적으로 늘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한 경우 소비여력이 축소되면서 성장을 제약하고, 위기 시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다채무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확대된 레버리지의 상당 규모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이 지속되면서 장기간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80∼100%)를 넘은 상태다. 집값은 2020년 3월부터 급격히 상승하다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속에 지난해 8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소득과 괴리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초 경제 여건 등과 비교해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집값, 가계빚 순환과 거거시건전성정책(MPP)과 통화정책(MP) 기조 관계 분석 [자료=한국은행 제공]
집값, 가계빚 순환과 거거시건전성정책(MPP)과 통화정책(MP) 기조 관계 분석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통화정책의 금융불균형 대응에 관한 이론적 논의와 주요국 사례를 짚었는데,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정책(MPP)과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MP)이 공조해 긴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했다. MP와 MPP 간 정책 기조가 같은 경우 주택가격·가계대출에 대한 효과가 뚜렷한 반면, 반대로 엇나간 경우엔 정책효과가 반감되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분석에 근거해서다. MPP 중심 대응에 비해 MP 공조 대응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대안 제시는 그간 폴리시 믹스(정책조합)의 유효성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MP와 MPP가 동시 긴축 흐름을 보인 적이 없었다.

2014년엔 MP-MPP의 동반 완화로 집값과 가계빚 간 강화적 상호작용을 일으켜 금융불균형을 키웠다. 정부가 나서서 ‘빚내서 집 사라’고 독려했던 때다. 2020년 이후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대응한 MP 완화 기조로 MPP 긴축의 효과가 제약되면서 시차를 두고 금융불균형이 확대됐다. 이에 주요국 중에서 가장 이른 2021년 8월부터 MP 대응으로 금리인상 보폭을 넓혀왔다.

하지만 최근 집값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가계부채는 늘어나면서 지난해 완화되기 시작했던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현재 주택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은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강남3구→서울→수도권' 순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비수도권도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주택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상승할 경우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금융불균형 누증에는 부동산 부문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한은이 중장기 시계에서 일관된 정책 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점이다.

한국은행은 ”중장기 안정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금융불균형이 일정 수준 이하에서 관리돼야 하는 만큼 꾸준한 조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계부채의 질서 있는 디레버리징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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