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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생산 늘수록 한국 수출 줄어든다는 '제약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0.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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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중국 경제는 지난달 산업활동 지표의 개선으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를 찍으며 반등했다. 시장 전망치 중간값(4.6%)을 상회하며 2분기에 부진했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살아나 경제 회복을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소비지표인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5.5% 늘어 시장 전망치(4.9%)를 상회하고, 산업생산도 4.5% 증가로 시장 예상치(4.4%)를 웃돌면서 반등세를 떠받쳤다. 상반기만 해도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발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는 비로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지만, 그 영향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로 경제 회복의 경로가 달라졌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리오프닝 파급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통상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를 만들어 수출하고 내수에도 쓰는 산업구조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까지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글로벌 교역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던 이유다.

이런 '동행'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냉엄한 인식에서 '중국 특수'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을 통해 "과거에는 중국의 낮은 임금체계를 활용해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를 수출하는 패턴이었다면, 현재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고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면서 이전의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인 진단이다.

지난달까지 1년째 뒷걸음질 쳤던 한국의 수출이 최근 호조 기미를 보이며 4분기 플러스(+) 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중국 경기 반등 영향으로 수출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같은 진단과 맞닿아 있다.

더 구체적으로 중국이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시선을 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4일 내놓은 '최근 우리나라 수출 영향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산업생산 증가가 오히려 한국의 수출을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릴레이 인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올랐지만 한국 수출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재화의 가격 경쟁력 상승을 낳아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실증 분석 결과 올해 경기 둔화기에는 그 영향이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충격별 중요도를 나타내는 분산분해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중국 산업생산지수(기여도 10.2%), 미국 산업생산지수(4.8%), 국제유가(4.3%), 원·달러 환율(2.3%), 세계수입가격(2.0%), 위안·달러 환율(0.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산업생산지수 상승이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출에 부(-)의 영향을 미친 것이 도드라진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향상으로 중간재 수입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제조업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한 중국은 기계류,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에서 수출품목 자립도가 향상됐다"고 짚었다.

최근 중국의 중고위기술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방참여율은 2018년 14.8%에서 지난해 16.4%까지 상승하는 등 중국의 GVC 참여구조가 최종재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로 변화하고 있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증가율은 2021년 22.6%에서 지난해 0.4%로 급락하더니 올해는 마이너스(1~8월 -25.2%)로 전환했다.

반면 미국의 산업생산지수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수출도 따라 오르는 정(+)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한·미 양국 산업구조가 보완 관계이며, 수출 경쟁 품목도 비교적 상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세계 수출액 변동의 충격별 기여도(충격 후 12개월 기준, %)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대세계 수출액 변동의 충격별 기여도(충격 후 12개월 기준, %)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실제로 대중국, 대미국 수출 흐름에서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대중 수출은 4.4% 역성장하며 22.8%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1~9월 누적치로는 감소율이 -23.4%로 커지면서 비중도 19.8%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지난해 14.5% 신장한 대미 수출은 올해는 누적 1.7% 증가에 그쳤지만, 비중은 16.1%에서 17.9%로 올랐다. 이달 들어 1~20일 잠정 집계로도 대중 수출이 6.1%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12.7% 증가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산업생산지수 변동 속에서도 이같은 수출 대조는 뚜렷하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은 2분기 4.50%에서 3분기 4.23%로 다소 낮아졌지만 상승추세는 이어갔는데,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6개월째 지속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산업생산지수 증가 폭은 0.01%에서 0.03%로 커지면서 미국행 수출길도 넓어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해 한·중간 경합도도 커지는 가운데 보고서는 위안화 약세가 우리나라 주요 품목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위안·달러 환율이 7.36위안을 기록하며 역외 위안시장이 생긴 이후 최저치를 찍었을 정도로 위안화가 향후 약세를 보이면 1년 내 우리나라의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식음료품, 가전 등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우려에서 위안·달러 환율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도 부각된다. 조 연구원은 "향후 '강달러' 현상과 중국 경기 침체 지속으로 위안화 약세 폭이 커진다면 한·중 수출 경합이 심화하는 품목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이들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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